이정은(취재1부 차장)
“한인사회에 힘들게 살아가는 사람이 어디 한둘입니까? 어느 특정인을 도와주면 여기저기서 다른 사람들까지 모두 도와달라고 손을 벌릴 것이 분명하기에 저희가 나서서 도울 수는 없을 것 같습니다.”
최근 뉴욕·뉴저지 한인사회가 말기암환자의 몸으로 유복자로 태어난 어린 아들을 키우면서 오갈 데 없이 딱한 처지에 놓이게 된 최수지씨 모자를 돕기 위해 온정을 모으고 있는 가운데 지역을 대표한다는 한 한인회장의 반응은 첫 마디부터 부정적이었다.
그는 “우리 기관이 한 개인을 일일이 도와주기는 어려우니 뉴욕한국일보에서 먼저 기사를 크게 내주면 되지 않겠느냐?”고 되물었다. 그의 대답 속에는 설령 직접 나설 수 없더라도 무엇이라도 도움이 될 것이 있는지 찾아보겠다는 의지가 전혀 없었다. 기사를 첫 보도하기에 앞서 지역한인의 대표기관으로서 혹시 도움을 줄 수 있는 길이 있는지 알아보러 전화했던 것이건만 그는 냉정하게 거절했다. 차라리 전화를 하지 않느니만 못했다는 후회마저 들었다.
물론, 그의 말이 모두 틀렸다고는 할 수 없다. 한인사회에는 갖가지 사연을 안고 참으로 힘들게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아니 버텨내고 있는 사람들이 무척 많다. 모든 사람들을 서로 도와가며 모두가 행복한 그런 세상을 만들 수 있으면 좋으련만 현실적으로는 사실 불가능한 이야기다.
그렇다고 행여 주변 사람들까지 도와달라고 자신에게 손을 내밀까봐 바로 자기 눈앞에 쓰러져 있는 사람을 일으켜 세우지 못하겠다는 것은 핑계가 아닐까? 더군다나 그는 지역 한인사회 발전과 경제 성장은 물론, 사회 복지 서비스 개선에도 두 팔 걷고 나서야 할 당연한 위치에 있는 사람이었다.
한인을 대표한다는 일이 그저 멋진 만찬장에서 유명 정치인들과 나란히 앉아 축배를 들고, 한국을 방문할 때 대접받을 만한 명함을 자신 있게 내밀 수 있다거나, 여기저기 모임에서 축사나 하고 대접받으면서 목에 힘주고 다니라고 뽑아놓은 것은 분명 아닐 터. 우리는 얼마 전 그를 우리의 대표자라는 자리에 선출해 앉혔다. 아직 자리가 익숙치 않아 그랬으려니 하는 너그러운 마음으로 앞으로 남은 기나긴 임기 동안 그가 과연 한인들의 기대에 부응한 지도자의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지 지켜볼 노릇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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