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동네 블룸필드 길 남쪽은 그 길이 링컨 길과 만나면서 별안간 T자로 막힌다. 그곳 오른쪽 몰에 얼마 전에 새로운 한인마켓 하나가 들어왔다.
우리 내외는 마켓을 찾았다. 마켓에 들어서는데 한 귀퉁이에 호떡 장사가 있었다. “아니, 미국 땅에 웬 호떡이”라며 반가운 마음으로 다가가니 벌써 먹음직스런 호떡 8개가 깨끗한 쇠철판 위에서 구워지고 있었고, 주부들은 그걸 기다리고 있었다.
내게 어린 시절 향수를 불러 일으킨 외에도 더욱 신선했던 것은 그 호떡을 굽는 청년의 행복한 모습 때문이었다. 흔히 호떡을 굽는다면 직장생활 하던 중년인 ‘어정쩡한 명퇴자’의 모습이나, ‘두 부부’가 자릿세를 톡톡히 내가며 생활 수단의 하나로 여겨 열어 놓은 가게의 모습이 연상되지만, 그 청년은 그 일을 천직으로 알고 있는 행복한 모습 그 뿐 이었다. 왜냐하면 손놀림 하나하나에서 신나는 그의 삶을 발견할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내가 가까이 다가가자 웃는 모습으로 인사 하고는, 고무장갑 낀 왼손으로 알맞게 부풀어 오른 반죽뭉치에서 한 웅큼 반죽을 잡아 뗀다. 이내 엄지손가락으로 구멍을 만들고 숫가락 잡은 오른 손으로 흑설탕을 가볍게 뜨더니 금방 미끄럽게 넣고 아물어 버린다.
쇠 철판 위에 그걸 신나게 던지고는 동그랗게 생긴 쇠판 누르개로 가볍게 눌러 지지니 반죽에서 떼어낸 한 웅큼은 벌써 지지직 소리를 내며 이내 훌륭한 호떡의 모양으로 자리 잡아 버리는 것이었다. 호떡은 뜨거울 때 먹어야 제 맛인 법. 그 자리에서 즐거운 마음으로 6개를 샀다.
이 시대 최고의 ‘동기 부여가’로 널리 알려진 베스트셀러의 작가 지그 지글러는 그의 대표적인 책 ‘시도하지 않으면 아무 것도 할 수 없다’(원제:What I Learned on the Way to the Top) 제2장에서 이렇게 말한다. “재능이 있는냐 없느냐는 당신 자신에게 달려 있습니다. 해결책은 지금 바로 그것을 실행하는 것입니다.” 호떡을 만드는 청년의 모습에서, 그리고 뜨끈뜨근한 호떡을 받아들면서 “계획한 일은 지금 실행에 옮겨보자. 호떡도 뜨거울 때 바로 먹어야 하듯이 말이야”라는 생각이 떠올랐다. 생각지도 않은 깨달음을 안겨 준 그 호떡 때문에 우리 부부는 하루 종일 행복한 마음을 금할 길 없었다.
강영한 /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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