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마’와 나

난 해마다 LA근교의 컨벤션 센터에서 열리는 Ability EXPO에를 간다. 장애인들에게 유용한 장비나 컴퓨터 프로그램등 다양한 상품들이 전시되기 때문에 특수교육에 대한 많은 정보를 얻을 수 있다.
한번은 도우미견을 분양하는 단체가 참가했었다. 재미있는 아이디어였다. 시각장애인을 돕는 안내견만 있는 것이 아니라 지체장애인을 위해 휠체어를 끌기도 하고 바닥에 떨어져 있는 물건을 집어주며 건조대에 들어가 말린 옷을 꺼내오거나 주인이 자고 일어난 침대의 이불을 정리하기도 한다. 자폐증으로 접촉을 필요로 하는 아동의 품에 안기어 따스함을 전해주기도 하고 간질을 일으킬 것을 미리 감지하고 주인을 안전한 곳으로 안내하기도 한다. 청각장애가 있는 사람에게 전화나 문소리가 나는 것을 알려주기도 한다. 난 바로 신청서를 적어 냈고 몇 달 후 오션사이드에 있는 CCI (Canine Companion for Independence) 본부에서 인터뷰를 했다. 인터뷰 내용은 대부분 어떤 종류의 도움이 필요하고 어떤 성격의 개를 원하는지를 알아보는 것이었다.
도우미견이 될 개들은 좋은 품성과 건강을 가진 부모견으로부터 인공수정으로 태어난다. 그 후 젖을 떼면 자원봉사 가정으로 분양되어 기본교육을 받으며 자란다. 자원봉사 가정이 되려면 CCI에 등록을 하고 인터뷰를 받는다. 가장 중요한 두 가지 조건은 울타리가 쳐진 뜰이 있어야 하고 개를 침실에서 같이 자도록 허락하는 것이다. 자원봉사 가정은 한 번에 두 마리 이상을 키울 수 없고 1년 정도 키운 후 CCI로 개를 돌려보내야 한다. CCI에서 7-8개월 정도의 고된 훈련을 통해 도우미개로 탄생되고 2주간 장애인들과 함께하는 마지막 훈련과 시험을 통과한 후에 분양이 된다. 훈련과정에서 50% 이상이 탈락하는데 그런 개는 자원봉사 가정에 분양선택권이 주어진다.
나와 ‘주마’도 그렇게 만났다. 훈련장에서 만난 주마는 착하고 명령을 잘 수행하는 똑똑한 개였지만 다른 개들보다 유난히 주변에 관심이 많아 통제가 그리 쉽지 않은 개였다. 난 오히려 ‘자기주장’이 있는 주마가 좋아 1순위에 이름을 적어 넣었고 그 후 우린 팀이 되어 지금까지 10여년을 함께 살고 있다. 주마와 나는 거의 모든 곳에 함께 간다. 처음 주마와 한인타운을 다닐 때는 못들어 오게 하는 곳도 많았지만 10여년이 지난 지금에는 도우미견에 대한 지식과 이해가 높다. 개를 보고 만지려고 달려드는 자녀에게 도우미견은 만지는 것이 아니라며 설명해주는 자상한 한인 부모님도 쉽게 만날 수 있고 어느 식당에를 가도 원하는 자리에 앉도록 배려해 주기에 주마와 나는 편안한 마음으로 한인타운을 다닌다.
주마는 이제 거의 12세의 나이로 정년을 바라보고 있다. 주마는 어려서 키워준 가정으로 돌아가 정년을 하기로 약속이 되어 있다. 주마는 나와 전국을 돌아다니며 강의를 했던 동료고 수많은 여행과 골프장에 동행을 했던 친구고 수술실과 병실로 매일 같이 찾아와 나와 다른 환자들에게 웃음을 주던 둘도 없는 위로자다. 주마는 비행기를 타는 것도 좋아하고 호텔가는 것도 무척 즐거워 한다. 우리는 함께 한 좋은 나날이 많기에 헤어져야 한다는 사실이 아프지만은 않다. 주마와 같은 도우미견은 CCI(www.cci.org 1-800-572-2275)에서 자세한 정보를 얻을 수 있다.

김효선 교수 <칼스테이트 LA 특수교육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