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햇포도로 담근 와인인 보졸레 누보(Beaujolais Nouveau)가 15일 자정을 기해 전세계 150여개국에서 동시에 출시됐다. 보졸레 누보는 말 그대로 ‘새로운 보졸레’, 즉 햇포도주이다.
보졸레는 프랑스 브르고뉴 지방의 가장 남쪽 지역인데 날씨가 따뜻해 다른 지역보다 포도수확이 빠르다. 이런 이점을 이용해 보졸레 지방 특유의 포도주를 만들어 출시하고 있는 것이 보졸레 누보이다.
보졸레 누보를 만드는 포도는 ‘가메이’라는 품종으로 캬버네와 멀로 같은 품종과는 조금 다르다. 캬버네처럼 깊은 맛을 내지는 못하는 대신 숙성이 빨라 단기간에 마시기 좋은 와인을 만드는 데는 적합하다.
1960년대까지만 해도 보졸레 누보는 보졸레 인근 지역이나 파리, 리용 같은 몇몇 대도시에서나 소비되던 그저 그런 와인이었다. 그러던 것이 1980년대 조르주 드뵈프라는 사람이 프랑스 정부 후원 아래 보졸레 누보의 대중화와 세계화를 위한 공격적인 마케팅을 벌이면서 단숨에 새로운 스타로 떠오르기 시작했다. 그래서 프랑스인들은 드뵈프를 ‘보졸레의 아버지’라고 부른다.
보졸레 누보 선풍을 가만히 들여다보면 프랑스인들의 고도의 마케팅 전략이 숨어 있음을 찾아 볼 수 있다. 보졸에 누보는 매년 셋 째주 목요일 자정을 기해 전 세계에서 동시에 출시된다. 보졸레 누보 출시를 이벤트화 하고 있는 것이다. 출시를 앞두고 보졸레에서 가까운 지역은 자동차나 열차로, 또 먼 곳은 비행기와 배를 통해 와인을 운반한 후 출시 카운트다운을 시작한다.
보졸레 누보 시즌이 시작되면 파리의 식당들 앞에는 ‘Le Beaujolais Nouveau est arrive’(보졸레 누보가 도착했어요)라는 문구가 내걸린다. 이런 과정을 통해 보졸레 누보 출시는 와인애호가들에게 하나의 축제가 된다. 보졸레 누보가 가장 많이 팔렸던 해는 지난 1998년으로 무려 6,200만병이나 팔렸다. 올해는 유로화 강세로 여기에는 약간 못 미칠 것으로 예상되는데 아무튼 정통 고급 와인을 만들기에는 2%가 부족한 포도 품종을 역이용해 또 다른 인기 상품으로 만드는 프랑스인들의 마케팅 마인드가 돋보인다.
한인타운 마켓들도 몇 년 전부터 11월 세번째 목요일이 되면 보졸레 누보를 경쟁적으로 내놓고 있다. 극성에서라면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는 한국 사람들에게 보졸레 누보 열풍은 ‘참새 방앗간’이 되지 않을 수 없다. 한국에서는 이런 열기에 휩쓸려 보졸레 누보가 출시되면 몇 박스씩 사재는 사람들도 있다는 소식이다.
보졸레 누보는 햇와인답게 신선함을 최우선으로 친다. 따라서 구입한 와인은 크리스마스 이전에 다 마셔버리는 것이 좋다. 이런 햇와인을 몇박스씩 사재는 것은 보졸레 누보를 잘 모르는 사람들의 졸부 근성이 표출된 것으로 밖에 해석되지 않는다.
마침 수확의 의미를 되새기는 추수감사절이 다가오고 있다. 모처럼 한 자리에 모인 가족들과 친구들이 보졸레 누보를 한 잔씩 나누면서 첫 수확의 의미를 되새겨 본다면 와인 맛이 한결 더 싱그럽지 않을까 싶다. 보졸레 누보 와인병을 감싸고 있는 화려하면서도 다양한 라벨을 감상할 수 있는 것은 덤으로 얻을 수 있는 즐거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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