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에는 늙으면 부부들이 서로 영감, 할멈이라 불렀다. 그러다가 싸울 때는 “염라대왕이 이 영감태기를 왜 안 데려가나?” “뭐, 이 할망구가 이제 노망났구먼” 하는 식으로 당장 호칭이 바뀐다. 요즘은 ‘영감태기’를 ‘영택’이라고 부른다. 그러니까 이씨 성을 가진 노인은 이영택씨가 된다.
영감이란 원래 조선시대 종2품, 정3품 당상관의 벼슬을 의미한다. 삼국사기 직관지에 대감이란 벼슬 바로 밑에 영(令)과 감(監)이라는 중앙 관서의 직명이 있었다. 이 말이 점점 변하여 지체 높은 고관대작이나 나이 많은 사람의 존칭어로 쓰였다.
남의 부인의 남편, 나이가 지긋한 부인이 자기 남편을 지칭할 때 쓰이기도 했다. 특히 일제 강점기에 판검사, 법관, 군수에게 많이 썼다. 만화나 동화에서 고바우 영감, 혹부리 영감, 고리오 영감 등 독특한 영감의 이미지를 만들어냈다.
그런데 가부장권이 없어지면서 이빨 빠진 종이호랑이가 되었다. 영감을 얕잡아 부르는 영감쟁이에 약간 익살을 부려 영감태기란 말이 나온 것이다. 상대어로 90을 바라본다는 망구십(望九十)에서 할망구란 말도 생겼다.
이제 화려한 영감시절은 먼 옛날이야기가 되었다. 노추를 보일까 걱정이다. 영감은 땡감이 되기 쉽다. 떨떠름한 땡감을 사람들은 싫어한다. 가슴이 넓고 따뜻한 영택이가 되자. 그래도 우리 착한 할머니들은 영택씨를 사랑한다.
고영주/토랜스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