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 9시. 힘들게 개인과외 일을 끝내고 집에서 쉬고 있는데 친구 데이빗의 전화가 걸려 왔다. “놀자고 할께 뻔한데 힘들어서 집에서 쉰다고 해야지” 하며 셀폰을 집어 들었다. “Hello?” 나의 헬로를 받아친 것은 울음소리였다.
장난이려니 여겼는데 나의 예상은 100% 빗나갔다. 공부도 웬만큼 하고, 일도 열심히 하고, 얼굴까지 잘 생긴 백인 친구가 집에서 아무런 이유 없이 18세가 됐다는 이유로 쫓겨났다는 스토리는 나한테 엄청난 충격으로 다가왔다.
와서 좀 도와달라는 요청에 두 말없이 달려가 짐 싸놓은 것을 가지고 우리 집으로 데려왔다. 모든 친구들이 모여서 상의한 끝에, 우리 집에서 일단 이틀 동안 쉬고, 방이 몇 개 비어 있는 친구 앤드류 집 부모님께 부탁 드려 그 곳으로 옮기기로 결정하였다. 하지만 앤드류 아빠가 거절했다. 어떡하나. 우리 집도 방이 없는데 데이빗이 불쌍해서 속이 아팠다.
이 가족이 다른 집에 비해서 좀 비정상인 것은 확실하다. 데이빗 형들도 18세 때 쫓겨났다니까.
하지만 상당수의 미국 가정에서도 18세가 되면 자식을 내보낸다고 들었다.
데이빗의 부모님은 자기 자식들을 진정으로 사랑했을까. 한국인의 정서로선 이해하기가 힘들 것 같다. 아직도 우리 엄마는 21세, 18세 두 아들을 끼고 의지하고 사는데… 더구나 그 친구 부모님은 집이 세 채나 되는 부자가 아니던가.
미국에서 ‘정’은 정말 사라져가고 있는 걸까. 아무리 시스템이 잘된 나라지만 18세에 홀로서기에는 좀 벅차다고 생각되어 슬프다. 하지만 친구야! 독수리 엄마는 한 달이 지난 새끼를 밀어 떨어뜨린단다. 한 번도 날아본 적이 없는 새끼들도 날 듯이 우리도 날 수 있을 거야. 어쩌면, 우린 이미 성인이 돼다는 사실을 깨닫기 싫을 따름인지도 몰라.
신지호/ 대학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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