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에 연로하신 친지분의 생신파티에 초대받아 갔다가 만난 한인 노인분들의 말씀이 너무 진지하고 적극적이어서 큰 감명을 받았다.
몇 년 전부터 이곳 하와이에 열성적인 한국 드라마 팬들 때문에 한류열풍이 거세게 불고 있다는 소식은 익히 들어 알고 있었지만 이날 나는 그것을 직접 확인할 수 있었다. 그분들 말씀이 한결같이 저녁식사 후 8시만 되면 아예 문을 닫아 걸고 전화도 사절한 채 한국 드라마에 푹 빠져 사신다는 것이다.
또한 드라마 속에서 온가족들이 둘러 앉아 맛있게 식사하는 모습을 보며 한국말은 물론 한국음식에까지 관심이 생겨 한달에 두세번은 한국 식당에 가서 TV에서 본대로 음식을 주문해서 먹는다는 것이다
그런데 내가 특히 감명을 받은 것은 그분들 중에 팔십이 넘으신 퇴직 교사 출신의 로컬 한국할머니는 몇년간 한글을 배워 웬만한 글은 대충 이해하시는데 한국 드라마를 보다 보면 아직도 이해가 안가는 말이 많으니 전화로 자세히 설명을 해줄 수 없느냐고 간청을 하신다. 팔십이 넘으신 고령이신데도 운전은 물론, 한국말을 배우시려는 열정에 어찌 내가 우리말 우리글을 모른다고 거절할 수 있겠는가.
그 후로 틈만 나시면 전화로 물어오시어 얘기하다 보면 한시간을 넘어 두시간이 훌쩍 지나간다. 외롭게 혼자 사시는 할머니 말동무도 되어드리니 일석이조가 아닌가 싶다. 아직도 할머니는 전화 끊을 때 “안녕히 계세요”가 아니라 “안녕 가세요”로 끝내신다. 제일 헷갈리는 한국말중의 하나라고 하신다.
어제 로컬 출신인 안사돈한테 전화가 왔다. 추수감사절에 우리 부부를 초대해 나한테 배운 한국요리를 선보이겠단다. 내 뜻이 어떻게 이해되었는지 가슴 설레는 기대를 해보며 “목적이 없는 삶은 죽은 삶”이라는 어느 교수님의 글이 마음에 깊이 와 닿는다.
희선 사가티스/ 하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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