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스개 소리 한마디. 90대 할머니들의 초등학교 동창회가 열렸다. 모처럼 한자리에 모여 맛있게 식사를 한 후 한 할머니가 이렇게 말했다. “얘들아, 우리 정말 오랜만에 모였으니 교가나 한번 부르자.” 모두가 놀란 눈으로 이 할머니를 바라 봤다. “아니 언제적 교가인데 아직도 잊지 않았단 말이야? 우린 모두 잊어 버렸는데. 그래, 한번 불러 보려므나.”
그러자 할머니는 의기양양하게 자리에서 일어나 교가를 부르기 시작했다. “동해물과 백두산이 마르고 닳도록…하나님이 보우하사 우리나라 만세.” 노래를 마치자 할머니들은 “얘는 학교 다닐 때 공부도 잘하더니 기억력 정말 놀랍네”라며 박수를 쳤다.
우쭐해진 할머니, 집에 돌아와 할아버지에게 동창회서 있었던 일을 자랑했다. 놀란 할아버지는 “아니 아직도 교가를 잊지 않았단 말이냐”고 반문하며 한번 불러 달라고 청했다. 할머니가 큰 목소리로 노래를 마치자 할아버지 왈. “어 이상해. 어째 우리학교 교가와 비슷하네.”
연말을 맞아 송년 모임들이 줄을 잇고 있다. 단체 중심 모임도 있지만 송년 모임의 대부분은 출신학교를 중심으로 이뤄진다. 동창회는 사회생활에 있어 중요한 비중을 차지한다. 한국 사람들은 만나면 서로간의 공통된 인연을 찾아 내 일체화하기 좋아한다. 심지어 강남 일부 부유층들 사이에는 같은 산부인과에서 태어 난 젊은이들끼리 모임을 갖고 있을 정도라니 더 말할 나위 없다.
그러니 같은 학교를 다녔다는 사실은 공유하고 있는 추억을 쉬 떠올려 주는 매개체가 된다. 몇년전 젊은층을 중심으로 한국을 뜨겁게 달구었던 인터넷 동창 찾기 사이트 ‘아이러브스쿨’ 열풍의 저변에는 이런 정서가 자리 잡고 있었다.
하지만 송년 동창모임은 오프라인 모임. 그래서인지 갈수록 참석자가 줄고 있다는 소식이다. 젊은 동창들의 참여가 떨어지면서 나타나는 현상인데 나이 든 동문들은 모임의 활성화를 위해 갖가지 고육지책을 짜내고 있다.
젊은 동창들에게는 송년모임 참석회비를 면제해 주는 것은 기본. 또 평소 동창회에 애정을 갖도록 유도하기 위해 같은 연령대 별로 묶어 별도의 친목모임을 만들어 후원해 주기도 한다. 젊은층의 참여를 유도하기 위한 이런 눈물겨운 노력에도 불구하고 연말 동창회 모임은 갈수록 듬성해 지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번 주말부터 동창회들의 송년 모임이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크루즈를 빌려 선상 송년회를 갖는 대학 동창회도 있고 송년 모임을 이웃돕기를 위한 의미 있는 행사로 계획하고 있는 동창회도 여럿이다. “미국에 와서까지 무슨 동창회냐”는 부정적 인식도 있지만 이해관계를 떠나 맘 편히 만날수 있는 동창모임은 각박한 이민생활 속에서 윤활유 역할을 한다.
갈수록 참석자가 줄어드는 동창회 모임을 보면서 인터넷을 이용한 ‘접속’은 늘어나지만 인간들끼리의 ‘접촉’은 갈수록 뜸해지는 세태를 보는 것 같아 한편으론 씁쓸해 지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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