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 집 밖에 나갔다가 우연히 동네 골목에서 열리는 축제를 구경하게 되었다. 차 없는 안전한 공간에서 주로 젊은 부부들이 어린 자녀들과 함께 즐기는 모습을 보며 남편이 “좋은 나이다” 라며 한숨 섞인 감탄을 한다.
“우리도 저들처럼 다시 젊어진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라며 맞장구를 치니 “젊어진다는 것은 언감생심 바라지도 못하겠지만 우리 나이에서 딱 십년만이라도…” 라며 말끝을 흐리는 남편이 측은하게 느껴졌다. 안되겠다 싶어 남편의 기를 살려 주기 위하여 ”그래도 80 넘으신 분들은 우리들 보고 좋은 나이라고 부러워하겠지요“ 라고 위로했다.
50대 초반 어느 봉사기관에서 일할 때였다. 그 기관에선 해마다 추석때면 노인들을 싼 비행기 값에 한국으로 모시는 프로그램이 있었다. 주로 할머니들이 많이 사무실에 찾아와 접수를 했는데 어느 할머니가 나를 한참 쳐다보시더니 몇 살이냐고 물으셨다. “50이 넘었어요” 라고 기어 들어가는 소리로 대답하니 뜻밖에 “조오은 나이지” 라고 말씀하셨다.
뒤돌아보면 나이타령은 어려서부터 했던 것 같다. 어린 시절 언니가 초등학교에 입학 했을 때 어찌나 부러웠던지 빨리 나이 먹어 언니와 손잡고 엄마의 배웅을 받으며 학교에 가고 싶었다. 여학교 땐 빨리 졸업하여 군복 같은 교복을 벗어 버리고 예쁜 옷을 마음대로 입고 싶었다. 그땐 나이 먹은 것이 좋은 나이였다.
그 후 30대엔 20대가, 60대엔 50대가 좋은 나이라며 지나간 세월에 미련을 두고 있다. 지나고 나면 다 그리운 나이가 되는 것이다. 그러나 각 계절마다 그 계절의 특별한 아름다움이 있듯이 사람은 나이의 단계마다 인생의 의미가 다르다고 생각한다.
시간의 속도는 나이에 비례한다고 한다. 2008년이 가속도가 붙어 무섭게 달려오고 있다. 얼마 안 있으면 싫든 좋든 또 한살 먹게 된다. 지금이 좋은 나이라는 것을 인식하며 오늘을 충실히 살아야겠다. 영어의 ‘현재’라는 단어의 의미는 하나님이 주시는 선물이라고 하지 않는가.
배광자/글렌데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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