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가르치는 학생들의 마음은 요새 붕 떠있다. 합창연습 시간동안 쉬지 않고 떠들어서 혼나는 학생들이 허다하고 가끔 조용할 때 보면 학생들이 멍 하니 벽을 쳐다보고 있다.
교사 생활을 몇 년 해보니 학생들이 왜 이러는지 뻔히 이해가 간다. 겨울 방학이 이제 몇 주 안으로 다가 왔고 크리스마스가 가까워 오니 공부에 신경을 쓸 수가 없기 때문이다. 시험과 공연이 코앞인 데도 정신을 못 차리고 빈둥거리는 모습을 볼 때마다 야단을 치지만 아무 소용이 없다.
중학생들이 어른과 다를 점은 몸은 어른같이 커져도 정신은 아직 어린아이라는 것이다. 얼마 전에 학생들에게 크리스마스 선물로 무엇을 받고 싶으냐고 물어보니 대부분 휴대폰, 나이키 신발, 비디오 게임을 제일 원한다고 한다. 이어 너희들은 부모님께 무슨 선물을 드릴 거냐고 물어보니 눈만 껌뻑거린다. 자기들은 부모님께 선물을 드리지 않아도 된다고 했다. 아직도 받기만 하고 줄 줄을 모르는 것이다. 물론 친한 친구들에게 생일 선물이나 크리스마스 선물을 주는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 받기를 원하는 게 어린 마음이다.
어린 시절 한국에서 자랄 때는 비싼 선물을 사는 대신 직접 카드를 만들고 아주 조그만 장식품을 만들어 친한 친구들과 선생님들께 선물하곤 했다. 선물의 가격보다는 정성이 보이는 선물을 주고받는 걸 더 중요히 여겼던 것이 생각난다.
조심스럽게 가위로 색종이를 자르고 풀로 붙이고 반짝이와 솜으로 장식해 카드를 만들면 예쁘던 안 예쁘던 마음이 참 뿌듯했었다. 그리고 내가 특별히 좋아하는 사람을 위해 만들 때면 어린 마음에도 두근두근 가슴이 설레던 기억이 난다.
이제 어른이 된 나는 카드와 선물을 만들기는커녕 어떻게 하면 간단하고 저렴하게 또 신속하게 준비를 해서 이 선물의 시즌을 보낼까 하고 머리를 굴린다. 아주 친한 친구끼리는 선물은커녕 카드도 없이 대충 넘어 가고 꼭 선물을 줘야 할 사람은 싸구려 선물을 줄 수 없으니 세일 하는 유명 브랜드 품목을 사서 보낸다. 같이 일하는 동료들에게는 정성이나 사랑이 하나도 안 담긴 싸구려 물건을 포장해서 준적도 있다.
어떻게 보면, 어른이 된 나 같은 사람 때문에 요즘 어린이들이 물질주의가 된 게 아닌가 생각된다. 아이들을 기쁘게 하기 위해 부모님들은 많은 돈을 들여 가장 유행하는 비싼 선물을 주지만 그런 기쁨은 그 선물이 망가지거나 싫증이 나면서 끝이 난다.
오랜 추억을 남기기 위해서는 가끔 아이들이 원하는 것만 줄 것이 아니라 주는 사람의 정성과 사랑이 담긴 선물을 주는 건 어떨까? 그런 선물이 귀중한 선물로 오랫동안 기억에 남을 거라고 생각된다.
서재필
벨플라워 중학교 합창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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