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은숙사모(낙원장로교회)
지난주만 해도 노란 전등을 켠 듯 거리를 환하게 하던 교회 앞길에 줄지어 서있던 은행나무. 한차례의 비바람에 우수수 노란 잎을 모두 땅에 내려놓고 알몸이 되었습니다. 저도 덩달아 마음속에 있는 잡다한 감정의 찌꺼기와 욕심을 하나 둘 비워내고 있습니다. 이렇듯 텅텅 비워야
겨울은 그 여백에 작은 그리움 하나를 그리기 시작하나 봅니다.
2007년, 올해도 돌아보면 마치 용광로에서 단련을 통하여 불순물을 제거해 나가는 과정처럼 숱한 고난과 아픔을 거치면서 고비 고비를 넘어 여기까지 왔습니다.
나의 삶을, 방향을 점검해 봅니다. 혹, 섬김은 적고 말만 많아 하나님께 영광을 돌려 드리기보다는 교회를 아프게 할 때는 없었는지, 지체들에게 위로가 되고 격려가 되는 대신 오히려 상처를 주지는 않았는지...혹, 열심
히 섬기면서 쓸데없이 말이 많은 것은 아니었는지...예수의 마음을 품지 않고 섬길 때 유능하면 유능해서 말이 많아지고, 무능하면 무능해서 말이 많아지는 것 같습니다.
12월엔 크고 작은 많은 모임들로 마음이 분주하고, 발걸음 또한 분주해집니다. 모임에서 가끔 부정적이고 까칠한 분들을 만나면 참 피곤하더라구요...혹시 나의 말과 생각이 다른 사람의 마음을 찌르는 화살과 같지는 않습니까? 기왕이면 다른 사람에게 사막과 같이 힘들고 갈증 나는 인생길에서 오아시스를 발견했을 때의 기쁨처럼 편안하고 시원한 사람이 되어 주세요. 행복해지고 싶으세요? 그렇다면 아내를 바라보면서 “나는 당신 때문에 너무 행복해!” 남편을 바라보며 “당신만 보고 있으면 내가 힘이 나!”라고 고백해 보세요! 하나님을 바라보며 “지금 나에게 주어진 이 가정, 이 직장, 이 일터, 이 교회, 내 이웃...어느 것 하나 감사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그저 감사합니다. 그 감사의 조건을 주신 주님, 사랑합니다.” 이렇게 고백해 보세요! 이렇게 고백한 한 마디 말이 모든 원망과 피로를 씻어 줄 것입니다. 그리고 차가워진 마음을 녹여 굳어버린 관계를 풀어주고, 식어버린 사랑을 다시 덥혀 줄 것입니다. 아끼지 마시고, 망설이
지 마시고 오늘분의 사랑과 감사와 기쁨의 말을 다 쓰세요. 쓰면 쓸수록 자기도 행복해지고 주변도 행복해진답니다.
이상스럽게 이맘때가 되면 오 헨리의 ‘마지막 잎새’가 생각납니다. “워싱턴 광장 서쪽의 낡은 그리니치 화가마을. 그곳에 둥지를 틀고 살던 화가 존시는 폐렴으로 누워 창밖으로 보이는 담쟁이 잎을 세며 자신의 죽음을 기다리다가 비바람을 견뎌낸 마지막 잎새를 보고 살아나지요.
그런데 그 잎새가 사실은 늙은 화가 베어먼이 밤새 벽에 매달려 그린 그림이며, 베어먼은 그 그림을 완성한 뒤 급성 폐렴으로 죽었다는 사실을 존시는 뒤늦게 전해 듣지요...” 감동적인 이야기입니다.‘마지막 잎새’처럼 한 장 남은 12월의 달력을 보며 마지막이라는 단어를 묵상해 봅니다. 마지막이라는 단어는 지나온 삶을 뒤돌아보며 아쉬움과 미련을 남기게 해주는 말입니다. 조금만 더 했더라면...여운을 남겨주는 ‘마지막’은 남은 생애 대해 경건하게 만들고 새로운 시작이라는 기대를 갖게 하는 묘한 힘을 가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마지막 잎새에 자기의 생명을 거는 사람은 약한 사람이죠. 그러나 누구든지 한 번쯤 그런 때가 있나 봐요. 우리가 절망의 끝에 서있는 사람에게 마지막 희망의 그림 잎새가 되어준다면 몸도 마음도 추운 겨울이 한층 따뜻해지지 않을까요? 우리의 작은 정성이 어려운 이웃들이 따뜻한 겨울을 보내는데 보탬이 되고, 우리의 따뜻한 말 한 마디가 힘들고 지친 상대의 마음에 작은 위안이 된다면 얼마나 보람 있을까요? 저도 그렇게 살고 싶습니다. 잘 안된다면 기도하십시다! 그 연약함을 성령께서 도우십니다. 사랑은 나누면 희망이 자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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