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9일 저녁 버락 오바마가 할렘의 아폴로 극장에서 연설을 한다며 주변의 친구들로부터 참여 권유를 받았다. 처음에는 망설이다가 혹시라도 그가 대통령이라도 된다면 한인사회를 위해 이들과도 관계를 맺어두어야 한다는 생각에 참석했다.
오바마는 키가 매우 크고 머리는 곱슬이지만 희게 보이는 준수한 용모였다. 가끔 흑인들 말투를 썼다가 다시 매우 지성적인 영어를 구사하는 그의 모습이 과연 많은 젊은층과 지식인들의 지지를 받을 만하게 느껴졌다. 점잖은 조크로 연설을 시작해서 마치 존 F. 케네디를 연상케 하는 카리스마를 나타내며 현재 미국의 문제점이 무엇이며 또 무엇이 바뀌어야 하는지를 조목조목 상세하게 나열하면서 사자후를 토하는 모습이 대단히 인상적이었다.
연설을 들으며 주위를 둘러보니 흑인들의 본고향인 할렘인데도 60~70%는 백인 청중들이었고 또 이 백인들이 몹시 열광적으로 성원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연설 내용 중에 자신이 하버드 법대를 나왔지만 돈을 벌려고 애쓰기보다는 버림받고 불평등한 대접을 받는 사람들을 돕는 민권변호사로 일하다 보니 상원의원이 되었다고 하면서 ‘공복’으로서의 역할의 중요성을 말하는 대목이 매우 인상적이었다.
문제는 그가 정말로 대통령이 되었을 때 한인사회는 이들과 협조해서 우리의 몫을 챙기고 함께 일할 수 있는 준비가 되어 있는가 이다. 어느 한인이 이들의 캠프에 작은 커넥션이라도 연결하고 있는지 의문이다. 흑인들의 아시안에 대한 인종차별은 백인들보다도 더욱 심한데 그를 둘러싼 수많은 흑인들 틈 속에 과연 한인과 아시안을 위한 공간이 존재할지 착잡한 마음이다.
이철우/ 한인공공정책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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