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서울 방문 때 나는 참으로 귀한 저녁식사에 초대되었다.
30여년 전 부모가 일하느라 바빴던 한 소년이 가끔 우리 집에 놀러오곤 했다. 나는 어린아이들이 좋아하는 오므라이스를 해 주곤 했는데 이후 그 기억은 잊고 지냈다. 그러나 그 소년에게 그 음식은 큰 고마움으로 마음 속 깊이 자리 잡았다고 했다.
이제는 강남의 큰 식당의 요리사가 된 그 청년은 “그 때의 그 음식은 제가 세상에서 처음 먹어 본 가장 맛있는 음식이었어요”라고 말했다. 그리하여 그 기억을 잊지 못하고 항상 고맙게 생각했으며 자기의 진로 또한 요리사로 정하게 된 계기가 되었다고 한다.
덕분에 나는 그 감사의 표시로 서울 방문 때마다 특별한 손님으로 초대되곤 하니 오히려 감사하고 쑥스러울 수밖에…
여행에서 돌아와 가족들과 이 흐뭇한 얘기를 나누는데 전화가 왔다. 그녀는 서울에 있는 내 친구, 친정을 위해 희생했던 이의 안부를 물었다. 그 동생들이 고마움을 알고 누나에게 물심양면으로 도움을 준다고 얘기했더니 너무도 부러워하며 그렇지 못한 자기의 신세를 한탄하였다. 몸은 병이 들고 생계 또한 막막하며 과거에 형제들을 위해 희생했던 억울함에 잠 못 이루노라고.
가난했던 사람들이 잘 살게 되는 경우 과거 도움을 준 사람에게 고마워하고 감사를 드리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어려웠던 시절을 기억하고 싶지 않아서인지 도움을 주었던 사람을 오히려 멀리하는 사람도 있다. 내 이웃이 헐벗고 굶주려도 가슴이 아픈데 친남매의 가난은 은혜를 입었건 아니 입었건 따뜻한 관심과 배려를 가져야 함이 마땅할 것이다.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라며 못 본 체하는 경우도 있으나 혼자하기 벅차면 십시일반으로 조금씩 거두어 나누면 부담도 적어질 수 있다.
연말에는 없는 이는 더욱 춥고 배가 고프며 외롭다. ‘돌고 도는 물레방아’ 같은 인생에서 과거 내가 헐벗고 굶주렸을 때 내게 은혜를 베풀었던 이가 지금 어디서 무엇을 하고 있을까에 관심을 가져 본다면 참으로 따뜻한 계절이 될 것 같다.
박용하/웨스트 L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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