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에 적응하는 능력배양 중요

미국의 교육, 특히 중고등학교교육의 개혁이 시급하다는 주장은 이미 여러 사람들에 의해서 제기된바 있다.
얼마 전인가 빌 게이츠는 미국 중고등학교의 교육이 21세기 세상에서 필요로 하는 인재를 키우는데 전혀 적합하지 않다는 지적을 하면서, 아이들에게 무엇을 가르쳐야 하는 교육과정에서부터, 어떻게 가르쳐야 하는 방법에 에 이르기까지, 일대 개혁이 있지 않고는 앞으로 무한경쟁시대에서 미국이 다른 나라에 선두를 뺏길지도 모른다는 우려를 표한 적이 있다.
이와는 약간 다른 입장에서 중고등학교의 교육과정을 비판한 인사의 강연을 들을 기회가 있었다.
청소년들의 직업교육을 담당하고 있는 핸슨은 요즈음에는 중고등학교 교육의 목표가 마치 대학진학이 전부인 것처럼 학과 교육에만 치중하고 있는데, 이런 지나친 학문중심의 프로그램 때문에, 장래 청소년들이 세상을 살아가는데 필요한 지식은 뒷전으로 밀려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사회생활을 할 때, 가장 필요한 과목중의 하나로 핸슨은 비즈니스 교육을 들었다. 앞으로 비즈니스 세계로 진출할 젊은이들은 말할 것도 없고, 일반 직업인, 가정주부, 전문직 종사자, 최저임금을 받는 근로자에 이르기까지 누구든지 사회에 나가기 전에 반드시 비즈니스 과목을 공부해야 한다는 것이 핸슨의 주장이었다.
핸슨은 미국사회가 근본적으로 비즈니스에 의해서 움직이는 사회라는 것을 누구든지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미국의 정치, 경제, 문화에서부터 소시민의 생활에 이르기까지 비즈니스의 영향은 마치 거미줄처럼 촘촘하게 우리들을 묶고 있어서, 아무도 이 영향밖으로 나올 수는 없다는 것이다.
젊은이들이 사회에 진출하기 전에 이 거대한 힘의 본질과 속성에 대해서 어느 정도 지식을 가지고 있으면, 소극적으로는 제도의 무지에서 오는 피해자가 되지 않을 수 있고, 적극적으로는 제도를 잘 활용함으로써 재정적인 성공을 이룰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비즈니스 교육의 효과는 이론적인 지식에서 오는 혜택보다, 매일 살아가는 실생활에서 더 유용한 가치를 발휘한다는 것이 이 연사가 강조한 부분이었다.
명문대학을 나온 학생들이지만, 막상 취업을 위한 과정에서 심사위원의 관심을 끌만큼 매력적인 이력서를 쓰는 기술이 부족한 경우가 한 예이다.
핸슨은 이어 월급으로 받은 수표에 기재된 공제사항을 정확하게 읽고 이해할 줄 알고, 미국의 복잡다단한 세금제도를 이해해서 자신에게 적합한 의무와 권리를 제대로 챙길 수 있고, 투자와 재산관리에 대한 정보를 얻어서 일생을 통해서 경제적으로 안정된 생활을 계획할 수 있고, 개인 첵북과 크레딧카드를 제대로 관리해서 재정의 파탄을 피할 줄 아는 능력을 갖추도록 가르치는 것이 , 미적분과 물리학, 화학을 가르치는 것만큼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대부분의 학생들이 고등학교 기간 내내 공부만 열심히 하느라고, 수입과 지출을 맞춰야 한다는 개인 재정관리의 기본원칙도 모르고 있는 것이 현실이라고 했다.
처음으로 부모의 감시를 벗어나서 자유를 맛보게 된 신입생들에게, 캠퍼스에 홍보부스를 차려놓고 첫 6개월 0%의 이자를 선전하는 크레딧회사의 유혹은 떨치기 쉽지 않다.
많은 젊은이들이 적지 않은 빚을 안고 학교를 떠나는 것이 반드시 학비가 비싼 것만이 아니고, 재정관리에 대한 무지도 한 원인이라는 것이 그날 연사의 주장이었다.
사실 성공적인 개인 재정관리 능력은 지식보다는 지혜에서 오는 능력이라는 것이 나의 개인적 생각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모든 젊은이들을 사회에 내보내기 전에 될 수 있으면 고등학교 졸업 전에 비즈니스교육을 시켜야한다는 핸슨의 주장에 동감하지 않을 수 없었다.

김순진
<밴나이스 고교 카운슬러·교육학 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