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어는 사회와 문화 속에서 배워야
한국 공교육에 대한 불신이 증가함에 따라 최근 LA를 포함한 미국의 대도시에는 부모 떨어진 많은 학생들의 한국 교육현실의 부적응으로 인한 무분별한 조기유학이 늘어나고 그 유형이 점차 다양해지면서 이 곳 한인사회에도 적잖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
과거 조기유학생들은 미국의 사립 보딩학교에 다니며 일찍이 미국 문화를 익히고 미 명문대 입학을 위한 것이었다. 그래서 그들은 말 그대로 부모가 자녀를 미국에 홀로 남겨두고 자녀 혼자서 유학생활을 하는 것으로 이들은 물질적인 부족함 없는 상태에서 일어나는 문제가 대부분이었다. 미 언론은 아시아계 조기 유학생들에게 낙하산자녀(parachute kids)라는 이름을 붙여 그들의 유학생활을 소개하기도 했었다.
요즘 조기 유학을 원하는 한국의 중고생들은 한국의 특수 목적의 고교나 대안학교 등의 다양한 선진 교육정책으로 한국에서도 수준 있는 교육을 통해 미국 명문대 입학이 늘어나고 있는 상황이여서 굳이 조기 유학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다. 그 뿐 아니라 이제는 한국 내에서도 유학파들이 별 환영을 받지 못하는 추세에 따라 예전의 학벌을 위한 조기유학이 아닌 글로벌 시대의 요구에 따른 영어를 잘 하기 위한 일종의 영어연수를 위한 단기유학으로 그 연령도 이제는 초등학교로 내려가고 있다.
조기 유학이 한창 성행할 당시에도 한국의 교육현실에 적응 하지 못하는 학생들은 조기 유학이라는 이름에 묻어 어정쩡한 미국행을 택하기도 했으며 그들은 주로 미 대도시의 친척집에 거주하면서 유학생활을 시작했다. 그들의 미국행은 부모들의 높은 사교육비에 대한 부담과 자녀들의 한국 교육현실의 부적응으로 인한 도피성 유학이 많았다.
그래서 친척집이나 미국의 지인을 통해 시작한 유학생활은 처음부터 그리 순탄하지 못했다. 미국에서 오랜 생활을 한 이 곳 한인들은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한국 사회의 교육현실에 적당히 대처하지 못해 일어나는 문화 차이로 인해 한국에서 온 유학생들과 이 곳 친척들은 원만한 관계를 유지하지 못하고 급기야는 집안 문제로 확대되어 타운의 문제가 되곤 했다.
자녀는 친척집에 있고 부모가 일 년에 한두 번 미국에 들어오는 경우, 아예 부모와 연락이 끊겨서 자녀를 맡은 보호자가 난감해진 경우, 유학원을 통해 들어와 하숙을 하며 소규모 이민교회의 목회자가 학생의 보호자로 되어 있는 경우, 친척집에 기거하다 따로 나와 친구 집에 머무는 경우 등 모두 조기 유학이라는 이름으로 이곳 미국에서 한국보다 못한 교육현실 속에 살고 있는 경우가 허다하다.
조기유학이라는 이름아래 이들은 부모의 통제와 간섭을 피해 더 자유분방한 교육현실에 대책 없이 남겨져서 그나마 일 년에 한 두 번 들르는 부모들은 물질로 자녀가 원하는 대로 해주면서 영어만이라도 배워오라고 힘든 주문을 하고 있다. 한국말로 모든 것이 통하고 한국문화가 각종 매체를 통해 실시간 전송되면서 과연 그들이 학업에 열중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또한 한국의 주입식 교육에 편해진 이들은 이곳의 느긋한 수업방식과 학생 개개인을 위한 자율식 수업분위기에 적응하지 못하고 겉돌고 있다.
이들은 미국 문화를 접하며 미국 사회를 이해하는 과정에서 자연스레 언어를 습득하는 것이 아닌 영어만을 배우기 위한 조급함과 미국의 다인종 문화에 대한 이해 부족으로 기대하던 유학생활에 만족하지 못하고 있는 이유가 대부분이다. 글로벌 시대는 인종과 피부색을 초월한 다문화 시대로 어떤 나라의 문화나 언어든 자연스레 받아들일 수 있는 열린 마음은 성공적인 유학생활을 위한 그 어떤 요소보다 중요하다. 언어를 배운다는 것은 그 나라의 문화와 사회를 이해하는 첫 걸음이라는 것 명심해야 한다.
지경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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