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십아홉인 고종제가 부엌에서 구십 노부모의 아침상을 차리다가 갑자기 쓰러져 병원으로 옮겼으나 한 마디 말도 못하고 죽었다고 한다.
인생은 태어나서 죽기까지의 크고 작은 인연을 고리로 이어지는 삶의 과정이다. 한 인생의 좌표는 부모의 신분 빈부 직업 성격 종교 등과 유전인자에 따른 태생적인 운명에서 비롯된다.
고종제의 운명도 가부장적인 유교 집안의 3대독자에다 아집이 강한 아버지와의 만남에서 비롯되었다. 이마가 반듯하고 재주가 있었던 그는 초등학교에서 대학까지 줄곧 우등생이었고 그런 하나 아들에 대해 지방 면서기였던 아버지는 고등고시를 통해 고급관료로 출세시키고 싶어 했다. 아들도 아버지의 뜻을 받아 들였다. 그러나 시험에 운이 따라주지 않아 세번의 실패에 초조해진 그는 방향을 바꿔 중학교 선생이 되었다. 좌절감에 빠진 아버지와 실패한 아들과의 불편한 관계는 이때부터 시작되었다.
아버지의 반대로 사랑하는 여자 친구와의 결혼도 무산되고 중매로 결혼했다. 2남1녀를 과외공부 없이 대학에 입학시키고 원하는 직업을 선택케 하고 행복을 창작하는 마음으로 세상 살기를 권했다. 그는 부모와 아내와 자식들에게 도덕적 주체였고 50대 중반에는 숙명 같은 고독을 신앙으로 승화시켜 천주교에 귀의했다. 가히 혁명적인 그의 변신은 고루한 유교주의자인 아버지와의 관계를 더 악화시켰지만 그는 효도로 부모에게 다가갔다.
정년퇴직을 한 그는 주중에는 허리디스크로 고통 받는 아내를 도와 집안일을 하고 손자들을 돌보다가 주말에는 시골 부모에게 가 밥을 짓고 청소를 하고 빨래를 하곤 했다. 그러다가 슬프게 죽은 것이다.
수화기에 들리는 고모부의 목소리는 납덩이처럼 무겁다. 90 고령에 70의 아들을 앞세운 충격에 고모님은 말문을 닫았고 비로소 아들의 빈자리를 의식한 노부의 회한의 흐느낌이 가슴을 엔다. 누가 오래 사는 것을 복이라고 했던가. 천명을 사는 저 두 노인을 누가 돌볼까.
남진식/ 사이프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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