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칙 바꾸면 실패확률 높아 인내 필요
몇 해 전 필자가 LA카운티 한 정신건강센터에서 인턴으로 근무하면서 Twin Towers 형무소에서 의뢰되어 오는 재소자들의 심리치료 및 출소 전 사회행동기능 교육을 담당한 적이 있었다.
그 중에 타니카라는 여성과 마빈이라는 남성, 두 사람이 아직도 기억에 남아 있다. 어느 날 강의시간 전에 타니카가 1달러짜리 지폐를 여러 장 꺼내 놓고는 붉은 색 펜으로 지폐의 하얀 테두리에 뭔가를 열심히 적고 있었다. 필자가 물으니까 타니카는 “This money brings me luck” 이라고 지폐 테두리에 쓰고 있다면서 그녀 말로는 이렇게 열 번을 꼭 채워서 쓴 다음 그 돈을 쓰면 이 지폐들이 자신에게 행운을 가져다준다고 말했다. 그 날 마침 필자는 곧 프로그램을 졸업(출소를 이렇게 불렀다)하게 되는 몇 사람의 사회적응 및 장래계획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고자 준비를 하면서 “동물의 행동을 통해 사람이 배울 바가 있는가”라고 물었는데 마빈이 하는 말이 “사람이 동물을 통해 배울 게 뭐가 있는가? 동물들이 오히려 사람에게 배워야 한다.”고 해서 참석자 전원이 배를 쥐고 웃게 되었다.
캐나다 밴쿠버 대학의 동물행동학자 레토 작크는 밴쿠버와 미국의 워싱턴주 등지에서 서식하는 까마귀들의 먹이 구하는 방법을 연구, 그 결과를 1970년대에 발표하였다.
까마귀들이 먹이를 구하는데 있어서 어떤 체계적 방법을 동원하여서 최소한의 에너지로 최대한의 이익을 추구하지 않을까 추측하고는 비록 미물들이라도 먹잇감 마련에서 나름대로의 체계적인 방법을 동원하여서 가장 실효성 있는 방법을 택하리라는 가설을 세운 것이다.
미 서북부 지방의 까마귀들은 썰물 때에 드러나는 바닷가의 바위들에 촘촘히 붙어사는 조그마한 쇠고둥을 주식으로 하는데 까마귀가 날렵하게 날아 내려와서는 고둥 하나를 골라서 물고 올라간다. 물고 올라간 고둥 속의 살을 꺼내 먹기 위해서는 껍질을 깨뜨려야만 하는데 까마귀가 비교적 반반하고 물기가 없는 바위를 찾아서 자신의 먹이 감을 정확하게 그 바위 위에 떨어뜨림으로써 가능하다.
바위에 제대로 떨어지면 껍질이 알맞게 깨어져서 까마귀들은 그 속에 들은 속살을 꺼내 먹을 수 있다. 특별한 관측 없이 판단해 보아도 가장 큰 먹이를 포획하여서 단 일격에 격추시키는 것이 가장 효과적인 방법으로 보인다. 어느 정도의 높이에서 고둥을 떨어뜨렸을 때 가장 분명하게 껍질이 깨뜨려지는가를 학자들이 직접 실험을 해 보았는데 지상 5미터 높이에서 고둥을 떨어뜨리면 가장 알맞게 깨어진다는 것을 알아내었다. 까마귀들이 불필요한 높이까지 날아 올라가지 않고 평균 5.2미터 높이에서 고둥을 떨어뜨리는 것을 관측할 수 있었다.
필자는 일과에서 이 ‘5.2m’ 철칙을 바꾸고자 노력하는 사람들을 심심찮게 만나고 있다.
우리 삶에서 ‘5.2m’는 분명한 목표가 결정되었을 때 그 목표를 이미 달성한 바가 있는 사람들의 방법을 그대로 따르는 것을 말한다. 나는 나만의 방법으로 해 보겠다고 4.2m만 날거나 아니면 더 높이 올라가 고둥을 깨뜨리고자 하면 일이 더디게 이루어지거나 실패하게 마련이다.
다른 사람들은 대학을 가서 모두 4, 5년 열심히 공부해 졸업장을 따면 나도 그렇게 해서 졸업장을 따야 하고, 전문기술을 익히기 위해서는 또 다른 전문가 아래에서 5년을 배우면서 익히면 나도 그렇게 하여야 하고, 10년을 땀 흘려 사업자금을 마련한다면 비록 정도의 차이는 있겠으나 나도 역시 그런 세월을 투자하여야만 한다. 이렇게 하지 않고 좀 낮게 날아서 또는 불필요하게 너무 높이 날아서 고둥을 먹고자 할 때 두 번, 세 번 날아야 하는 실패를 경험하거나 힘에 지쳐서 포기하게 된다.
리차드 손
<임상심리학박사·PsychSpecialists, In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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