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특별한 몇 학생을 제외하고는 거의 모든 학생들이 끔찍하게 싫어하는 것이 글쓰기다.
주어진 제목은 ‘약손’. 제목 써 놓고 연필 돌려가며 생각에 잠긴 학생들. 끝까지 쓸 것 같지 않던 우리 반 ‘패션모델’ - 가장 열심히 머리를 갸우뚱거리며 쓴다.
“약손, 약은 낫게 한다. 그래서 매직이다. 그러니까 약은 매직이다. 손은 보살펴 준다. 그래서 엄마 손이다. 그러니까 약손은 엄마 손, 매직 손이다”로 시작한 글은 짧지만, 가슴 뭉클한 글이었다.
세탁소에서 10년을 넘게 일한 엄마는 여기 저기 다리미에 데인 자국이 많단다. 친구네 집에서 일하시는 엄마가 싫단다. 주인들은 모두 놀러 갈 때 엄마가 일하러 가는 것을 보면 왜 우리는 지금까지 우리 비즈니스가 없는지 모르겠다고 하면서 새벽에 일 나가시는 엄마가 불쌍하단다. 그렇지만 엄마는 주인들이 못하는 것을 한단다.
옷의 모든 주름을 쫙 펴는 일, 사람들을 기분 좋게 하는 일, 고맙다는 인사를 받는 일, 그러면서 모든 옷에 있던 주름이 엄마 손으로 와서 엄마 손에는 주인 보다 주름이 많다고 하면서 그 주름마다 사랑이 박혀 있고, 기쁨이 박혀 있고, 모든 것을 좋게 하고 낫게 하는 것이 있는 매직 손, 그 손을 좋아한단다.
이 글은 모든 엄마께 드리는 글이라는 생각이 든다.
황희연/한글학교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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