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립능력 키우도록 이끌어야
금년에 10학년인 인도계 학생 사만다는 초등학교 때부터 지금까지 한번도 B를 받지 않고 줄곳 A만 받아왔다는 것이 사만다 어머니의 자랑이다.
사만다처럼 B를 받아본 적이 없다는 학생들이 가끔 눈에 띄고, 이들에 대해서는 좀 더 관심을 가지고 지켜보는 것이 사실이다. 앞으로도 계속 잘해 나갔으면 하는 기대와 과연 고등학교에 와서도 이처럼 완벽한 성적을 유지할 수 있을까 하는 염려가 함께 하기 때문이다.
아시안 학생이나 학부모들이 유달리 성적에 집착한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다민족 학생들이 다니는 학교에 가면 A를 받느냐 B를 받느냐를 가지고 일희일비하는 부모들 중의 대다수가 아시안의 학부모들이다. A대신에 B를 받았기 때문에 나중에 졸업할 때 석차가 몇 등이나 뒤로 쳐질 수도 있고, 명문대학에 가기 위해서는 평점이 가장 중요하다는 것을 부모들이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교사들은 하루 6시간 수업시간 중 한 시간을 학부모 상담을 위해서 할애하고 있다. 보통 D를 받거나 낙제하는 학생들의 부모로부터 면담요청이 있으면 이 시간을 이용해서 학부모와 면담을 한다. 학생들이 C이상의 점수를 받고 있으면, 교사들은 특별히 부모와 상담할 필요성을 느끼지 않는다. 그래서 자녀가 낙제점수를 받아서가 아니라, A를 못 받았다고, 상담을 요청하는 학부모들의 상담 요청이 있으면, 교사들 중에는 고개를 기웃하면서 왜 상담이 필요한지 모르겠다고 달가워하지 않는 표정을 짓는 것도 자주 본다.
사만다 어머니와 ‘친하게’ 된 것은 사만다가 일생 처음으로 B 를 체육과목에서 받고, 체육선생님과 면담을 주선해 달라는 요청을 받게 되면서부터이다 . 면담결과 사만사가 남들보다 천천히 뛰어서 만점을 못 받았지만, 학기말 성적은 A가 나올 것이라는 다짐을 받고서야 안심을 하였다.
이처럼 특출하게 공부를 잘하는 딸을 사만사의 어머니는 나이가 40이 되어서 어렵게 얻었다고 했다. 그렇게 귀한 딸이고 보니, 어머니의 생활은 전적으로 사만다를 중심으로 돌아가고 있었고, 사만사의 성장과 성공을 위해서 노력하고 희생하는 것이 인생의 유일한 보람이요 기쁨이라는 것이 어머니의 말이었다. 딸과 함께 등교하고 딸과 함께 하교하는 것은 물론이고, 매일 과목별로 숙제를 점검하고, 방과후 과외활동에 운전수 노릇을 맡아하며, 사만사의 친구관계도 상세하게 알고 있고, SAT 시험날짜를 비롯해서 앞으로 대학진학에 필요한 각가지 정보를 수집해서 빈틈없는 진학준비를 세우는 것이 나날의 일과요 의무였다 .
그런 사만다 모녀의 생활을 바라보면서, 어느날 이와 같은 일심동체식의 생활이 과연 두 사람을 위해서 좋기만 한 것인가 하는 의문이 들게 되었다. 내가 본 사만다는 공부만 잘하는 것이 아니라 나이에 비해 철이 들었고 , 예의도 바른 학생이었으며, 어머니가 매일 따라다니지 않아도 넉넉히 학교생활을 잘 할 수 있는 성숙하고 능력 있는 학생이었다.
어느날 사만다 어머니와 얘기를 나누다가, 용기를 내어서 화제를 바꾸어 보았다. 자신이 인도에 살 때에 목공예를 뛰어나게 잘해서 상까지 받았다는 얘기를 들은 것이 생각났기에, “사만다 어머니, 사만다는 이제 학교생활을 넉넉히 독립적으로 잘 해나갈 수 있을 만큼 성숙한 학생이 되었어요 . 이제 혼자 학교생활을 해 나가도록 어느 정도 자율권을 주는 것도 괜찮을 듯 한데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몇초 동안 침묵이 흘렀다. “글쎄, 그런 생각을 해보기는 했어요.” 라는 조그만 소리의 대답이 나왔다. 속으로 “사만다 어머니, 사생활에 대한 간섭을 했다면 용서하세요.” 라고 말하면서, 동시에 그날의 월권행위의 진의를 사만다 어머니가 이해했으면 하고 바라는 심정이었다.
김순진
<밴나이스 고교 카운슬러·교육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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