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1월6일 보리사 창건 5주년기념법회가 끝난 후 스님과 신도들이 자리를 함께 하고 있다.
보리사 주시 원영스님
미주 유일 퇴옹 성철스님 문도 사찰
주지 원영스님...지난해 11월6일 창건5주년 기념법회
“자나 깨나 불조심”하면 된다는 보리사(Bodhi Mind Zen Center) 주지 원영스님. 그 말이 무슨 뜻이냐? 하니, “자나 깨나 불조심(佛照心)”, 즉 “자나 깨나 부처님을 향한 마음”이라며 “꿈속에서도 부처님을 향한 마음이 있는 불자들이 되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뉴저지 티넥에 보리사를 창건 지난 11월4일 창건5주년 기념법회를 가진 보리사는 미주에서는 유일하게 퇴옹 성철스님의 문도 사찰이다. 문도란 일종의 ‘가문’을 뜻하는 데 성철스님의 제자들로 구성된 모임을 뜻한다. 그 중 원영스님도 성철 스님의 제자로 성철스님의 상좌를 지내며 성철스님을 가깝게 보필한 스님 중 한 사람이다. 원영스님은 해인사 백련암으로 고시공부 하러 다니다 20대 말 백련암에서 성철스님의 부름인 “너는 내 밑에 와 있거라”란 말을 듣고 출가하기로 결심한다. 출가하면 승려들이 다 거치듯 6개월에서 1년 간의 행자기간이 있다. 그는 이 행자기간을 거쳐 성철스님으로부터 70년 말 사미수계와 비구와 보살수계를 받는다. 그리고 78년부터 86년까지 백련암에서 성철스님의 상좌를 역임했다. 원영스님은 승려가 된 이유 중 하나로 “진리를 찾기 위해서였다”라고 한다. 그는 성철스님의 상좌로 있는 동안의 기억을 되살려 “많은 신도들이 성철스님은 무서운 사람이라 하는데 나는 그런 기억이 전혀 없다. 오히려 성철 스님은 인자하다”. 어떻게 인자하냐 하니 “스님의 인자는 잘못하는 걸 잘 못한다 지적하고 잘하는 것은 잘한다고 한다. 그게 진짜 자비로 알고 있다.
상좌 중 한 분이었던 원택스님은 성철스님에게 꾸지람을 많이 들었는데 그 꾸중도 성철스님의 자비에서 나온 것이라 생각한다”고 한다.
“당시 백련암에서는 스님들이 돌아가며 밥도 짓고 나무도 하곤 했다. 밥을 지을 때는 쌀을 씻어야 하는데 잘 못 씻으면 물가에 쌀알을 많이 흩트릴 때가 있다. 그럴라치면 성철 스님이 내려와 쌀알을 주워 담으라 한다. 그런데 그렇게 주어 담지 않고 쌀알을 그냥 물로 확 씻어 버리는 스님도 있었다. 그런 걸 안 성철 스님은 그 스님에게 매우 꾸중을 하며 ‘스님을 쫓아 내 버리라’고까지 했다. 나는 쌀알을 한 알 한 알을 주워 담아 꾸중은 듣지 안았다”고 한다.출가하고 나서도 왜 승려가 되어야 하는지 확신을 갖지 못하던 원영 스님은 하루는 성철스님이 불렀다. 성철 스님은 원영스님에게 “중이 뭐하는 사람인줄 아냐”고 화두를 던졌다. 그 때 대답을 못하자 성철 스님은 “중은 공부하는 사람이다. 그러니 열심히 공부해라”고 한 다음 지금까지 한 번도 망상, 즉 ‘왜 내가 중이 되어야 했는가’란 의심을 품어 본적이 없다고 한다.
원영스님은 “그러나 성철스님이 하라는 공부가 늘 부족해 항상 걱정”이라고 한다. 원영스님은 “하루는 꿀 단지 씻을 기회가 있어 잘 씻었다. 양지 바른 곳에 말려 두었는데 조금 지나니 벌이 달려들었다. 이 때 성철스님이 와서 ‘이거 우째 씼었노. 와 벌이 이리 모여드노’라며 호통을 치는 것이다. 꿀단지는 안은 깨끗하게 잘 씻었는데 밖을 잘못 씻었다. 그래서 벌이 꿀단지 밖에 남아 있는 꿀들을 보고 모여 들었던 것이다. 이 때 깨달은 것은 안도 잘 씻어야 하지만 밖도 깨끗이 씻어야 한다는 것을 알았다. 그런데 사람은 밖을 잘 안 씻는다”고 회고한다.
성철 스님은 매일 산보를 다니는데 하루는 뒤 따라오는 원영스님에게 질문을 했다 한다. “어느 스님이 시자를 데리고 산보를 가는데 그 시자가 스님 앞에서 가고 있다. 그래서 그 스님이 시자에게 ‘이놈아 시자가 스님 앞에 가는 법이 있냐’며 야단을 치자, 그 시자가 스님 뒤를 따라갔다. 그러니 스님이 ‘이놈아 자꾸 처져서 되냐’라며 또 야단을 쳤다. 그러니 시자가 스님 옆에서 나란히 걸어가니 ‘이놈아 너는 시자인데 어째서 스님과 나란히 걸어가냐’며 또 호통을 쳤다. 너는 이럴 때 어떻게 하겠느냐?”라고 물었단다. 원영스님은 아무 말도 못하고 그냥 “참 어렵네요”란 대답을 하곤 지금까지도 그 질문에 답을 못 찾고 화두로 간직하고 있단다.
원영스님은 “성철 스님은 1947년 문경 희양산 봉암사 수행결사에 대하여 많이 얘기하곤 했다. 당시 청담, 성철, 자운, 보문, 우봉스님이 봉암사에 모여 ‘부처님 법대로 살자’란 구호를 걸고 공동수행하기로 결정하고 정진한 것이 봉암사 수행결사다. 이어 수행결사엔 향곡, 월산, 혜암, 법전, 성수, 법웅, 보안, 보경, 지관 스님 등 30여명이 동참했다. ‘공주규약(共住規約)’이란 규칙을 만들어 성철스님이 주도해 나갔다. 그 때 동참한 스님들 중에서 종정이 4명, 총무원장이 7명 등이 배출됐다. 그 결사는 6.25전쟁으로 흩어지게 됐다. 봉암사 결사는 1955년 비구와 대처승간의 갈등으로 불교 정화운동이 일어났을 때 성철스님은 사상적 뒷받침을, 청담스님은 실천적 뒷받침을 하는 계기가 됐다”고 말한다.
원영스님은 “성철스님의 박대통령(1977년) 면담 거절과 눕지 않고 약 10년 동안 참선한 일화는 유명하다. 성철스님은 박대통령이 구마고속도로 개통식을 하러 해인사에 들렀을 때 비서실 팀이 성철스님의 영접을 요구했다. 그러나 성철스님은 ‘나는 산에 사는 중인데, 대통령 만날 일이 없다 아이가’하는 한 마디로 거절해버렸고 끝내 대통령은 성철스님의 영접을 받지 못하고 주지이자 성철스님의 맏 상좌인 천제스님의 영접만 받고 홍제암에 들려 홍제암의 건물들을 보수토록 지시하고 돌아갔다”며 “성철스님은 전혀 눕지 않고 앉아서만 약 10년 동안 참선을 했다. 성철스님의 이런 참선은 ‘꿈에서도 공부한다’는 것으로 자나 깨나 한 결 같은 참선의
경지인 오매일여(寤寐一如), 한국불교 참선의 공부하는 모습을 잘 보여준 것으로 한국불교와 다른 나라 불교와의 차이점이 여기에 있다. 이런 한국불교의 오매일여가 곧 ‘자나 깨나 불조심(佛照心)’의 경지”라 강조하며 “금년은 성철스님 열반(1993년 양력11월4일)한지 15주기가 되는 해다. 보리사는 성철스님의 추모법회와 관련 여러 가지 행사를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현재 뉴욕불교사원연합회 회장으로 있으며 매주 토요일 오전 8시 방영되는 미주불교TV(사장 곽현파·Ch.76)에서 법화경을 강의하고 있는 원영스님은 서울대학교 졸업, 동국대대학원에서 불교학을 공부한 후 1992년 UC Berkeley 대학교에서 1년간 수학한 것이 인연이 돼 2002년 미국내 한국불교 포교를 위해 도미했다. 스님은 한국 경기도 하남시에 있는 정심사(正心寺)를 창건했다. 보리사는 원영스님이 오기 이전 뉴욕의 Upstate에 건립되어 있었는데 스님이 와서부터 본격전인 포교를 하게 됐다.
보리사는 창건 이후 신도들을 위한 불공을 봉행할 뿐 아니라 한국
불교와 문화 등을 소개하는 활동도 하고 있다. 보리사 연중 행사는 1월 정초기도, 4월 초파일, 7월 백중, 12월 성도절 등과 성철 큰 스님의 가르침을 따라 참선지도와 결재 기간 중 특별정진, 아비라기도, 3천배 절하기 등의 수행을 하고 있다.
올 봄 뉴저지 파라무스에 새 법당을 마련해 이전계획을 갖고 있는 보리사(201-833-0633) 법회는 매일 새벽 5시 새벽정진을 비롯해 매주 일요일 오전 11시 일요법회, 토요일(2·4주) 청년법회, 토요일 오전 9시 참선정진(파라무스 이전 후), 매주 일요일 오전 11시 어린이미술반, 목요일 오후 목요강좌, 수요정진(1천배 절하기), 천도재 및 신행상담 등이 있고 일천불 봉안 불사가 진행 중에 있다. 주소: 1367 Teaneck Road, Teaneck, NJ 07666.
<김명욱 기자> myongkim@kore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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