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외국인 할머니를 방문했다가 그 양로원 오락실에서 뜻밖에도 휠체어에 앉아있는 동양인 할머니가 눈에 띄었다. ‘분명히 한인’이라는 판단을 하게 되자마자 망설임 없이 다가가서 인사를 드렸다. 그러자 할머니는 “아이구, 이거 한국사람이구만. 한국사람이 여기 웬일이여”하며 무척 놀라워하시다가 내 손을 덥석 잡으면서 아주 반가워 하셨다. 그리고는 이런 저런 말씀을 연달아 하신다.
할머니의 이야기는 희로애락으로 점철된 과거지사로부터 현재의 상황으로 이어졌다. 영어를 전혀 못 하시므로 그 누구와도 대화를 나눌 수 없는 것은 물론 몸이 몹시 아파도 누구에게 알릴 수가 없으므로 입술을 깨물며 저절로 나을 때까지 참고 견딜 수밖에 없고, 때로는 너무 아파 신음소리가 자신도 모르게 고통의 비명소리로 변하여 마구 터져 나오게 되면 간호원이 오고 한참 후에야 한국어 통역관이 온다고 하신다.
할머니는 꼬옥 잡은 나의 손을 한시간 반이 지나도록 단 한번도 놓지 않으신 채 말씀을 그만두실 기미조차도 안 보인다. 어쩔 수 없이 아주 죄스러운 마음으로 “이제 제가 가봐야 되는데 어쩌지요” 하고 말씀드리자 할머니는 겨우 손을 놓으셨다.
삶을 마무리하는 단계에서는 거의 모든 사람들이 필연적으로 겪어야만 하는 고독과 고통의 실상들을 할머니는 명백하게 증명하고 있었다. 그동안 내가 해온 외국인 할머니 모니카 방문은 이제 모니카와 한인 할머니 방문으로 정정하였다.
조성숙 /아스토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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