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이라는 것이 무엇이며, 실제로 어떻게 이웃과 그것을 나눌 수 있느냐를 배우게 되었다. 묵묵히 이웃 사랑을 실천하는 서영남(베드로)씨와 그 가족 이야기를 통해서였다. 그전에도 신문지상에서 읽은 적이 있으나, 최근 그가 쓴 책 ‘사랑이 꽃피는 민들레 국수집’을 읽었다.
그는 25년 동안 수사 생활을 했으나, 수도원에서보다 더욱 “가난하고 소외된 이들 속으로 들어가 그들과 함께 하기” 위해, 더욱 “하느님과 함께 하며 살겠다는 의지로” 환속했다. 그는 그보다 더 헌신적인 봉사자인 베로니카씨와 결혼했고, 그녀의 딸까지 세 식구가 가정을 이루며, 재소자들과 출소자들을 돌보는 교정사목과 노숙자에게 무료로 식사를 대접하는 ‘민들레 국수집’, 그리고 갈 데 없는 이들에게 집과 재기의 기초를 마련해 주는 ‘민들레의 집’을 하며 이웃을 돌보고 있다.
인천 화수동 주택가에 있는 좁고 궁색한 ‘민들레 국수집’에는 하루에 120명의 노숙자들이 와서 식사를 한다고 한다. 나이 제한이 없고, 그들을 최고의 중요한 손님으로 모시고 섬기며 그들이 좋아하는 음식을 일일이 준비해 주는 서영남 수사는 식사만 해결해 주는 것이 아니다. 모든 어려운 일을 물어보고 그들에게 월세방을 얻어 주고, 옷 가게를 하는 부인의 도움으로 생필품과 옷가지까지 마련해 준다.
이들 부부는 재소자들과 편지 교환을 하며, 멀리 지방 교도소까지 가서 장기수들과 면담을 하고 음식을 나누며, 영치금과 생필품을 보낸다. 그들은 죄짓고 버림받은 사람들에게 친구가 되고, 그들에게 희망의 삶을 살게 하려고 고통과 희생을 감수하며 사랑을 펴고 있는 것이다.
노숙자들은 알콜 중독에 빠져 돈을 벌어도 재기하기가 힘들며, 출소자들도 한 번의 실수로 다시 교도소에 가는 일이 허다하지만, 서 수사는 “사랑하고 살기 위해서는 노력과 훈련도 필요하다”는 진리를 실천하고 있다. 아울러 그들이 “세상의 진실이 돈과 권력이 아니라 사랑임을 알게 될 것”이라며 인내로써 그들을 돕고 있다.
처음에는 쌀이 떨어질까 봐 걱정했지만, 정부의 지원금이나 돈 많은 후원자의 지원을 받지 않고, 뜻 맞는 이웃들의 정성어린 도움으로 이 사업을 계속하고 있다. 노숙자들도 어렵게 번 돈으로 반찬거리를 사 오고 저축한 돈을 내놓으며, 가톨릭 교우들과 전국 각지의 고마운 분들의 지원으로 꾸려간다. 반찬거리가 많이 생기면 남는 것은 또 이웃들과 나누고, 지방에서 도와주시는 분들에게는 찾아가서 물건을 가져온다.
서 수사의 이야기가 신문과 텔레비전에서 전해지자 도움의 손길도 많아지고, 식당 손님도 늘었다. 이 어려운 사업을 해 가면서 그들 가족과 관계자들은 기쁨과 행복을 느끼지만, 실제적으로 “참다운 삶에는 고통이 수반되므로” “결국 산다는 것은 사랑한다는 것”이라는 진리를 몸으로 깨닫지 않은 사람은 이 일을 해 낼 수 없다.
서 수사는 “사랑한다는 것은 그 자체로 고통을 선택하는 것이며 고통을 멀리하면서 사랑할 수는 없다”고 말하고 있다. “비록 고통과 아픔이 따른다 할지라도 서로의 소중함을 알고, 서로에게 자제하며, 서로를 용서하고 너그러워질 수 있는 삶을 지향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그는 “우리가 바라는 천국은 내세에, 저 세상에 있는 것이 아니며, (...) 우리가 발 딛고 살아가는 지금의 삶을 진실하고 성실하게 살아간다면 이곳이 바로 천국이라”고 확신하고 있다.
우리도 어떻게 하면 가난하고 소외된 이웃의 진정한 친구가 되어 사랑을 나눌 수 있는지 생각해 보아야 한다. 서 수사는 돈이 있어야 나눔을 할 수 있다는 우리의 편견을 부끄럽게 하고, 그야말로 ‘세상의 빛’이 되어 실질적인 성자요, 예수의 제자 노릇을 하면서, 나눔에 게으른 우리의 양심을 깨우치게 한다.
이연행
불문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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