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기홍 교수의 작품 ‘아테네 학당 이후’
최연우씨의 작품 ‘유관순’.
최연우-원시적 공예기법을 순수예술로 변용
엄기홍-서구철학의 장식이던 회화 복권시켜
다운타운 레드닷 갤러리 16일~내달 3일
“나의 작품은 구조적인 외양을 무시한 무구조(structure-less)이다. 작품은 구조적 규칙이나 이론에 지배받지 않고, 원시적인 눈과 자연의 본질적 경험으로부터 우러나며, 따라서 문자적이기보다 다소 표현적이다. 등나무 줄기(Rattan Reed)를 사용하는 나의 작품은 최근의 생태환경운동과 맥을 같이 한다. 예술의 행위라는 말로 표현하자면 광물의 시대(Mineral Era)는 가고 식물의 시대(Plant Era)가 온 것이다”
많이 작업하고 자주 발표하는 최연우씨가 엄기홍 교수(청주대)와 함께 2인전을 갖는다. 1월16일부터 2월3일까지 다운타운의 레드닷(red dot) 갤러리. 사제지간인 두 사람은 바로 지난해 10월에도 같은 화랑에서 2인전을 가졌는데 석달만에 또 새롭게 호흡을 맞추며 작품전을 여는 열정을 보이고 있다.
이번 전시회의 주제는 ‘무의미성을 향하여’(Toward Structure-lessness). ‘스트럭처 리스니스’라는 단어를 사용함에 있어서 엄교수는 ‘무의미성’이라 풀이하고, 최연우씨는 ‘무구조’ ‘탈구조’ 혹은 ‘구조를 빼고 생각하는 구조’라고 해석한다. 말로 써놓고 보면 어려운 것 같지만 작품을 보면 훨씬 단순하고 아름답다.
최연우씨는 등나무줄기를 한올 한올 엮어서 사람의 얼굴, 여인의 누드, 곤충 시리즈들을 표현하는데 원시적인 라탄의 재질과 색채, 공예와 회화가 접목된 작업으로 특별한 감동을 불러일으킨다. 일일이 수작업으로 진행되는 그의 작품은 공정상으로는 아날로그적이지만 디지털적인 요소를 지녔으며 가까이서 바라보면 추상의 세계로 깊이 들어가게 만드는 매력을 가졌다.
최씨는 지난 2000년 아마존에서 6개월 넘게 배낭여행을 한 적이 있는데 그 때 원주민들과 생활하며 배운 공예기법을 순수예술로 변용, 최근 몇 년새 한국과 미국, 멕시코 등지에서 대단한 호응을 얻고 있다. LA다운타운과 멕시코의 두군데 스튜디오에서 작업하는 최씨는 작년에 한국과 미국, 멕시코 등지에서 개인전만 6회를 가졌으며 올해도 이번의 2인전에 이어 2월에 뉴욕, 3월 베벌리힐스, 4월 청담동 자넷오화랑, 6월 LA 예고동문전, 7월 예술의 전당 등 전반기에만 6회의 전시 계획이 잡혀 있다. 이번 전시회에서는 소녀의 아름다움을 살려낸 유관순의 초상 등 여러 인물작품과 누드 작품, 곤충 시리즈들을 선보인다.
엄기홍 교수는 르네상스 천재화가 라파엘의 작품을 차용한 ‘아테네 학당 이후’를 소개한다.
원작 ‘아테네 학당’에는 플라톤과 아리스토텔레스가 중심에 서서 한 사람은 하늘을 또 한 사람은 땅을 손가락으로 가리키면서 서구철학의 본질을 상징으로 보여준다. 그러나 ‘아테네 학당이후’에는 화면이 반으로 잘려지면서 주인공들은 주변화되고 원작이 지녔던 의미는 무의미해진다. 대신 원작에서 주변화되었던 제자들이 부상되고 철학과 과학의 장식이었던 회화가 자신의 자리로 복권한다. 전시회 타이틀 ‘무의미성’의 개념처럼 서구 시각이 유의미성에만 초점이 맞추어 졌다는 비판적 인식이 깔려 있다.
엄교수는 최연우씨의 동북중학교 시절 미술교사로, 최씨는 엄교수의 적극적인 권유와 가르침에 의해 서울예고에 진학, 작가의 인생을 시작했다고 전한다.
이번 전시회의 리셉션은 19일 오후 5~9시. 레드 닷 갤러리 주소와 전화번호는 500 S. Spring St., LA (213)817 -6002. www.weeneez.com 혹은 www .chaayounwoo.net
<정숙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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