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 세계 이해해야 가능
새해가 되었다. 많은 사람들이 올해에는 좀 더 건강하고 행복하고 성공하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새 출발을 시작했을 것이다 .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구체적이고 실현가능한 실천항목을 세워야 하는데, 나는 이 실천항목 가운데 ‘부모자녀 사이에 대화 자주하기’를 꼭 집어넣을 것을 권하고 싶다.
편안하고도 친한 부모자녀 사이는 행복한 가정을 이루는데 필수 조건이다. 비록 한 지붕밑에서 살고 있지만, 대화가 단절되어서 각자의 생각과 느낌과 가치와 목표가 마치 딴 나라에 사는 사람들의 것처럼 상이하다면, 그 가정은 행복할 수 있는 여건을 상실한 셈이다.
효과적인 자녀교육에서 대화가 중요하다는 말을 안들어 본 사람도 없고, 그 중요성을 부인하는 사람도 없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실제로 얼마나 많은 부모들이 자녀와 자주 대화를 하고 있는가 라는 질문에 대해서 대다수가 그렇게 하고 있다는 대답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것이 나의 추측이다.
평소에 과묵한 중학생 아들과 다정하게 얘기를 해본 적이 없는 한 어머니는 어느 날 아들을 붙들고, ‘얘야, 나하고 대화 좀 해보자” 하고 말을 걸었다. 대화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세미나에서 돌아온 날 저녁이었다.
그랬더니 아들은 책을 보다말고 어머니를 쳐다보면서 “’무슨얘기를 하고 싶으신지 말씀 하세요”라며 자기를 쳐다 보았단다. 그런데 대화가 술술 풀릴 줄 알았던 어머니는 할 얘기가 있으면 하라는 아들의 말을 듣고는 갑자기 말문이 막혔다는 것이었다.
그제야 그동안 아들과 자기사이에 있었던 ‘대화’ 는 먹고, 자고 , TV보고, 게임하고, 전화하는 등 일상생활에 관련된 지시와 숙제, 시험, 성적과 같은 학교에 관련된 얘기에 한정되어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했다.
의미있는 대화를 갖기 위해서는 대화할 수 있는 마음의 여유와 대화의 소재가 있어야 한다. 요즘 세상에서는 누구나 바쁘다. 어른은 어른대로 생업에 쫓겨서 편안한 마음으로 대화를 나눌 시간도 마음의 여유도 찾기 어렵고, 아이들은 아이들대로 학교에서 돌아오면 숙제하랴 과외공부/과외활동 하랴 숨 찰 정도이다.
그러나 한 가지 기억해야 할일은 24/7/365의 세 가지 숫자가 표시하는 시간은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주어졌다는 사실이다.
대화의 중요성을 잘 알면서도 대화할 시간이 없다고 한다면, 매일의 일과중에서 우선순위를 재조정해야 할 필요가 있다는 결론을 내릴 수 있다. 대화할 시간은 저절로 생기는 것이 아니고, 일부러 만들어야 하기 때문이다.
대화의 소재가 늘 있으려면, 공통으로 가지고 있는 관심과 취미가 있어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나는 부자, 부녀 , 모자, 모녀 사이에 공통 관심사와 공통 취미를 개발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각종 스포츠를 비롯해서, 등산, 낚시, 여행 , 음악, 미술, 독서, 공예, 요리, 체스와 같은 전통적인 취미 중의 한두 개를 선택해서 자녀와 함께 즐길 수 있으면, 행복한 시간을 같이 보냈던 추억을 통해서 자녀가 성장한 후에까지 대화를 이어가는 것이 가능할 것이다.
무엇보다도 부모들은 컴퓨터사용에 익숙해지는 것이 중요하다. E-mail 사용은 물론이고, 채팅방에도 들어가 보고, 유튜브, 마이스페이스, 페이스북 같은 사이트에도 들어가 보고, 최신 컴퓨터게임도 해보아서 자녀들이 어떤 세상에서 살고 있는가를 이해해야지 비로소 자녀와 대화를 할 수 있는 준비가 되어있다고 볼 수 있다.
올해에는 공통적인 취미를 찾아서 더 많은 시간을 자녀와 보낼 것을 신년 계획의 첫 번째 항목으로 잡아보았으면 한다.
김순진
<밴나이스 고교 카운슬러·교육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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