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륙은 초원이 끝없이 펼쳐져 있고 산맥이 길게 뻗어있는가 하면 불타오르는 사막도 만나게 된다. 북극에 가까운 알래스카에서부터 적도에 가까운 마이애미까지, 그야말로 지구에 있는 모든 기후와 지형을 다 가지고 있는 넓은 땅이다.
또한 미국은 지구 위 모든 국가 출신의 인종들이 모여 살고 있다. 인종과 언어는 서로 분리되어 있으나 함께 비비며 살아가야 하는 공동운명체이다.
이런 나라에서 이제 막을 올린 대통령 예비선거는 대하 정치드라마이다. 만약 민주당으로 정권교체가 이뤄지면 첫 여성 또는 흑인 대통령이 탄생 되는 역사적인 순간이 될 것이다. 힐러리 의원은 10만 대군을 이끄는 장수와 같은 정치적 파트너인 남편을 후원자로 두었다. 그리고 뛰어난 전략가들과 막대한 선거자금을 지니고 있다.
힐러리 클린턴 의원을 추격하고 있는 버락 오바마 의원은 변화라는 메시지로 신선한 충격을 던지고 있다. 어느 유권자는 그의 선거 연설을 듣고 있으면 온몸에 전율을 느끼며 심장 박동이 빨라진다고 한다. 그는 강한 흡인력으로 관중을 끌어들이고 있다.
그러나 나이 먹은 유권자들은 변화의 내용이 무엇인지 잘 모르겠다고 한다. 백인 여성후보와 흑인 후보, 이 두 사람의 강렬한 빛깔 때문에 공화당의 노련한 정치인들의 목소리는 멀어지고 있다. 그러나 마지막 고지를 누가 점령할 것인가? 대통령 후보들은 고지를 점령하고 빼앗기는 역전과 반전을 거듭하면서 치열한 접전을 벌일 것이다.
나는 며칠 전 한국을 다녀왔다. 사람이 살아가는 세상은 모두 마찬가지가 아닌가. 서울에서도 울고 웃는 정치 드라마가 펼쳐지고 있었다.
나는 한국에 가면 맨 먼저 남대문시장을 달려간다. 대통령 선거 후보들이 줄줄이 단골손님으로 찾아와 시장 골목을 누비고 다녔던 선거유세의 현장이기도 하다. 김이 무럭무럭 피어오르는 돼지머리와 순대를 썰고 있는 아주머니들이 있고, 세상에 없는 것이 없도록 모든 물건들을 산더미처럼 쌓아놓고 모아놓은 곳이다.
시장은 땀 냄새와 삶의 의지가 살아서 숨 쉬는 생존의 현장이다. 목이 터지라고 외치는 생선장수와 아줌마들의 악다구니 소리는 벌거벗은 욕망의 외침이다.
이명박 당선자에게 표를 던진, 좌판을 놓고 나물을 파는 할머니는 “이제 모두 뒤집어 놓고 새로 바꿔야 해”라고 외치면서 달콤한 꿈에 젖어있었다. 국민들은 이명박 당선자가 만신창이의 환부를 도려내는 대수술을 집도하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다음의 나는 복원된 청계천을 따라 을지로 어물시장으로 향했다. 서울의 을지 거리, 또 다른 전쟁이 벌어지고 있었다. 이산화탄소를 내뿜으며 달리는 홍수 같은 자동차 물결 사이를 누비며 오토바이 행렬이 줄지어 달리고 있었다. 고막을 찢는 듯한 소음을 뿜어내며 전속력으로 달리는 오토바이는 서류 등을 배달하는 ‘택배’라는 이름의 배달족이라고 한다. 나는 사람이 걸어 다니는 길로 마구 뛰어 들어오는 오토바이로 정신이 아찔하였다.
이명박 당선자의 선거공약이었던 임기 5년 안에 한국을 선진국 대열로 끌어 올린다는 747 마술 지팡이 같은 숫자의 청사진은 환상적이다. 이명박 당선자 신드롬의 돌풍과 함께 바람처럼 달리는 택배 오토바이족은 곡예사의 공중묘기 같은 서울의 진풍경이다.
다음 달인 2월5일 ‘수퍼 화요일’이면 이 날의 투표 결과에 따라 누가 민주당 후보, 공화당 후보가 될지 거의 결정이 된다. 대세를 1차로 판가름하는 손에 땀을 쥐게 하는 정치 드라마가 막을 올릴 것이다.

박민자
의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