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증장애 아동의 교수방법론을 가르칠 때 난 늘 농담처럼 학생들에게 레크리에이션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나의 아픈 과거(?)의 한 자락이라며 꼭 해주는 이야기가 있다.
그것은 한국에서 80년 초 스키가 유행할 때 내가 근무하던 학교에서 교직원들과 재활원 부서의 직원들이 함께 주말에 스키여행을 가곤 했는데 지체장애가 있는 나는 스키를 탈 수 없었고 동료들은 나에게 상처가 될까봐 나 몰래 자기들끼리만 훌쩍 다녀오곤 했다. 그런데 문제는 내가 좋아했던 남자가 바로 그 스키여행을 갔다가 친해진 동료 직원과 결혼을 해 버린 것이었다. 비록 장애가 있더라도 그때 내가 스키만 탈 수 있었다면 나의 인생은 바뀌어 지금 이 자리에 있지 않을 거란 이야기를 하면 학생들은 한바탕 웃으며 수업의 지루함을 잊어버린다.
난 미국에서도 혹한으로 유명한 미네소타에서 공부를 할 때 한 장애인 단체에서 장애인에게 스키를 가르쳐 주는 프로그램을 개설한다는 소리를 듣고 누구보다도 먼저 신청을 해 참가했었다. 나의 신체적 조건을 보고 강사는 한 다리로 스키를 타는 방법을 택해야 한다며 오히려 미안해 했다.
첫날 난 강사와 두 명의 자원봉사자를 대동하고 바니슬롭으로 나갔다. 넘어지고 또 넘어지고 수백번을 넘어지면서도 난 뭔가에 홀린듯이 일어나 타고 또 탔다. 몇 주 후 처음으로 리프트를 타고 산의 정상에 올라 서서 아래를 내려다 볼 때의 그 감격은 너무도 컸다. 난 내가 더 이상 장애인이 아니란 것을 느꼈고 장애는 오직 내가 하려는 노력을 하지 않을 때만 의미하는 것이란 깨달음의 감동이었다. 난 그날 집으로 돌아와 그 감동을 사람들과 나누고 싶었고 그래서 그후 1년여동안 집필하여 특수체육이란 책을 출판하는 계기가 되었다.
장애인에게 레크리에이션을 가르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를 하면 이해를 못하는 사람들은 비장애인도 시간과 돈이 없어 못하는 것을 장애인들에게 뭐하러 가르쳐야 하느냐고 하는 질문을 하기도 한다. 내 대답은 간단하다. 장애인이 비장애인보다 훨씬 많이 가지고 있는 것이 있다면 바로 시간이고 그 시간을 건설적이고 자기발전을 위해 채우는 방법이 레크리에이션인 것이다. 야외 레크리에이션 활동은 비만예방과 건강에도 좋을 뿐만 아니라 자신을 챙기고 새로운 기술을 배우기 때문에 학습의 연장이 되고 학교에서 배운 것을 적용해 볼 수 있는 기회가 되기 때문에 더욱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스키는 어떤 장애를 가진 사람이라도 배울 수 있고 유치원부터 노인에 이르기까지 누구나 즐길 수 있다. 기본적인 스키타는 법을 배우고 나면 맹인의 경우 옆에 보조자가 좌우 방향만 지시해 줌으로써 쉽게 탈 수 있으며 지체장애가 있는 경우 한 다리로 탈 수 있고 하반신마비인 경우에는 앉아서 타는 모노스키나 그보다 장애가 심한 경우에는 싯스키로 즐길 수도 있다.
겨울에도 눈이 오지 않는 LA에도 조금만 나가면 장애인들이 스키를 배우고 즐길 수 있는 곳이 많다. 빅베어 산의 베어마운틴(www.usarc.org) 스키장에는 너무나도 좋은 스키 프로그램이 있다. 장애인의 경우 저렴한 가격에 적합한 장비도 빌려주고 자원봉사자와 함께 전문 강사로부터 스키를 배울 수 있다. 스키를 좋아하는 비장애인의 경우 자원봉사를 하면 자원봉사를 한 하루당 한 장의 무료 리프트 티켓을 받아 다른 날 혼자 즐길 수 있기도 하다. 그외 맘모스(http://home.earthlink.net/ ~unrecables/) 스키장이나 레익타호 (www.skiheavenly .com/schools_clinics/adaptive/) 스키장에도 장애인 프로그램이 있다. 난 장애인 모두가 자신이 할 수 없다고 생각하는 틀에서 나와 해보고 싶은 것을 이렇게 저렇게 다른 방법을 고안해 할 수 있도록 우리 모두 함께 길을 찾았으면 좋겠다.
김효선 교수
<칼스테이트 LA 특수교육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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