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게 다 제 잘못이에요. 도대체 책상 앞에는 5분도 앉아있질 못하는 얘가 게임할 때면 밥 먹기도 귀찮아해요. 게임할 때 집중력의 십분의 일만 공부에 투자하면 하버드도 문제없을 텐데. 애당초 게임기를 사준 내 책임이죠” 다니엘 어머니가 다시 혈압을 올리며 말씀하셨다.
지난해 생일선물로 사다준 게임기에 아이가 정신없이 빠져들어 학업성적이 떨어지자 어머니는 걱정에 잠을 이루지 못하셨다. 특히 게임을 하기 시작하면서 아이가 내성적 소극적으로 변했고 책상 앞에선 아주 산만해졌다. 게임에 대한 생각 때문에 학업에 대한 주의력이 많이 떨어졌다. 대학 입시를 앞둔 이 시점에서 다니엘에겐 학업에 대한 집중력은 인생의 향방을 결정하는 너무도 중요한 변수이기에 어머니의 걱정이 충분히 이해가 되었다.
일반적으로 요즘의 아이들은 그들의 부모세대보다 집중력이 떨어진다고 이야기들 한다. 인터넷으로 하루 종일 온 세상을 다 돌아다닐 수 있고 쉴 새 없이 셀폰이 터지고 문자가 날아오고 친구들과 온라인 채팅을 한다. 오색찬란한 게임 속의 상상의 인물이 되어 우주공간을 휘저어 다닌 다니엘이 책상에 오래도록 앉아서 어려운 수학문제와 따분한 영어숙제를 한다는 것은 정말로 재미없는 일이다. 아이들이 보이지도 않는 미래를 위해 재미있는 현재의 유혹을 떨칠 수 있는 것이 오히려 기적이다.
하지만 그 미래에 이미 와버린 부모들의 눈에는 그런 아이들이 안타깝기 그지없다. 만약 부모의 그런 마음을 백분의 일이라도 이해한다면 그 아이의 인생은 벌써 성공한 것이다.
집중력은 말 그대로 집중하는 힘이다. 인간은 보통 하루에 수백에서 수천가지의 다른 생각들이 머리에 오르내린다고 한다. 어떤 경우에는 동시에 혹은 순차적으로 그 많은 생각들이 머물고 지나가고 돌아온다. 아이러니한 것은 머리가 복잡해서 죽겠다는 사람은 머리에 든 생각의 수가 평소보다 더 많이 늘어나서가 아니라 오히려 몇 가지 생각만이 머릿속에 머물고 떠나지 않기 때문이다.
또한 우리의 두뇌가 한 가지 생각만을 인위적으로 붙들고 있을 때는 우리는 집중한다고 말하고 그런 인위적인 힘을 집중력이라고 부른다. 집중력은 사고력의 확장과 증폭을 가져오고 또한 기억을 극대화 시킨다. 겨울의 약한 햇볕은 고드름조차도 녹일 수 없지만 돋보기로 집중되면 볏짚도 태운다. 더욱이 한 가닥의 빛을 뽑아 증폭시킨 것이 레이저이고 레이저는 무쇠도 뚫는다. 집중하면 증폭되고 증폭되면 강해진다.
생각의 힘도 마찬가지다. 집중된 사고의 힘은 너무 놀랍다.
날로 심해지는 대학입시 경쟁에서 아이들의 집중력을 키워 주려는 부모가 부쩍 늘었다. 더불어 아이들의 집중력을 향상시켜 준다는 온갖 감언이설에 초조한 부모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강의 시간에 앞에 서서 학생들을 바라보면 집중하고 있는 학생과 그렇지 않는 학생이 한눈에 다 들어온다. 오늘 내말에 집중하는 학생은 지난주에도 그랬고 다음주에도 분명히 그러하다. 마찬가지로 오늘 먼 산만 바라보는 학생은 지난주에도 그랬다. 학생들을 가르치면서 집중은 머리로 하는 것이 아니라 마음으로 하는 것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집중력이 떨어질 때 머리에 드는 약을 줘서는 별로 소용이 없다. 마음을 치료해야 할 것이다. 육체적인 훈련과 긴장은 순간 집중력은 높일 수 있겠지만 오래가진 못한다.
집중력이란 것이 마음에 뿌리를 두고 있기에 마음을 다스리는 것이 제일 효과적인 처방전이다. 아이의 마음을 잘 다스리기 위해선 부모의 마음 다스리기가 또한 선행되어야 한다. 아이의 마음의 뿌리가 부모의 마음에 있기 때문이다.
홍영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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