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 변호사가 천직이 아니라면…
1월6일자 뉴욕타임스에는 ‘추락하는 전문직’이라는 제목 하에, 지금까지 사회에서 일등 전문직으로 인정받고 존경 받았던 의사, 변호사직이 최근에 와서 눈에 띄게 그 위상이 떨어지고 있다는 내용의 기사를 실었다.
소위 ‘사’자 들어가는 전문직의 대명사로서 많은 사람들의 선망의 대상이었던 의사, 변호사직의 위상이 어떤 이유 때문에 ‘추락’하고 있는지 그 배경을 설명하기 위해서 다음과 같은 통계를 제시하고 있다.
▲법대를 졸업하고 로펌에 취직한 변호사들의 20퍼센트 이상이 매년 과도한 업무 때문에 이직한다. ▲세계화 추세 때문에 24시간 고객을 대해야 하는 부담을 안게 되었다. ▲변호사의 44퍼센트가 후배들에게 변호사직을 추천할 생각이 없다. ▲의사가 된 젊은이들의 60퍼센트가 사기 저하를 이유로 의사직을 떠날 생각을 한 적이 있고 실제로 의사직을 떠난 사람들도 있다.
현실 세계의 의사, 변호사직은 TV 드라마에 나오는 것 같이 영광스럽지도, 흥미진진하지도, 로맨틱하지도 않다는 것을 이런 통계가 잘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이같은 과중한 정신적, 육체적 노동도, 옛날처럼 직업에 따르는 권위와 자율권이 보장되고 사회의 존경을 받을 수 있다면, 참을 만하다는 것이 이들의 변이다.
로펌의 변호사들은 개인의 창의성을 발휘할 기회가 없이 거대한 조직 속의 한 부품에 불과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고, 의사들은 의사들 대로 의료서비스가 HMO로 바뀌면서 환자 치료에서 상당부분 자율권을 잃어버린데 대한 좌절감이 크다.
권위상실에 못지않게 의사, 변호사의 사기를 저하시킨 중요한 이유는 돈 문제이다.
보통 근로자의 소득에 비하면 말할 필요도 없이 고소득자임에 틀림없다. 그러나 금년에 투자은행가나 재정상담자들이 벌어들이 평균 연 수입은 275만달러까지 되리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추측이다. 이들 금융계 사람들의 어마어마한 수입과 자신의 연봉을 비교해 보고 상대적인 박탈감을 느끼지 않을 전문직 젊은이들은 아마 현대판 슈바이처가 아니면 어려운 일일 것이다.
젊은이들의 직업관이 변했다는 사실도 의사, 변호사의 인기가 추락한 이유 중의 하나이다. 요즈음 젊은이들이 이상적으로 생각하는 직업의 조건은 자신의 창의성을 얼마나 발휘할 수 있느냐, 자신의 아이디어를 얼마나 실현할 수 있느냐 이다.
하버드대학을 중퇴하고 마이크로소프트를 창업한 빌 게이츠를 비롯해서 지난 수십년간 세상을 바꿔놓은 하이텍의 모험가들이 억만장자들이 된 것은 물론이고, 세인들의 존경까지 한 몸에 받게 된 새로운 엘리트로 등장하였다. 상대적으로 의사, 변호사 같은 전통적인 전문인들은 현대사회에서 2급 전문직으로 강등되었다는 인식이 들기 시작했고, 이같은 세태 변화에 의사, 변호사의 자존심이 상하는 것을 이해하는 것은 어렵지 않다.
이같은 부정적인 관측에도 불구하고, 의사, 변호사에 대한 인기는 여전하다는 것이 내가 현장에서 받고 있는 느낌이다. 아직도 많은 우수한 학생들이 장래 희망으로서 의사, 변호사를 꼽고 있다. 적어도 아시안들을 비롯해서 이민가정에서는 더욱 이런 경향이 두드러진다.
의사, 변호사는 근본적으로 남을 돕는 직업이다. 작게는 이웃의 고통을 덜어주고, 크게는 좀더 건강하고 공정한 세상을 이루자는 것을 천직으로 여겨야 하는 직업이다. 혹시 의사, 변호사가 되려는 주목적이 돈을 잘 벌거나, 남에게 대접받기 위한 것으로 생각하는 젊은이들이 있다면, 이 기사를 통해서 자신의 목표를 재 점검하는 것도 이로울 것이라는 뜻에서 이 칼럼을 썼다.
김순진
<밴나이스 고교 카운슬러·교육학 박사>
(원문: The Falling-Down Professions, By Alex Williams, January 6, 2008, The New York 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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