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면허증 3
며칠 전 토요일 오전에 동네에 있는 장난감 스토어를 갔었다. 필자의 정신건강센터에 오는 어린 아이들이 치료사들과 보드게임과 같은 놀이를 통하여서 사회행동 및 인간관계 기능을 익히고는 하는데 체스보드가 좀 낡아서 새로운 것을 하나 사기 위해 장난감을 쌓아둔 코너 쪽으로 가고 있는데 필자 앞에 가던 어른 남자가 필자 쪽으로 뒤돌아보면서 갑작스러운 고함을 질러 놀라 바라보게 되었다.
5~6세 되는 여자아이가 아빠 뒤를 종종걸음으로 쫓아가다 진열대에 놓인 바비인형을 집어 들려고 하는데 성큼 앞서 가던 아빠가 뒤돌아보고는 Leave it alone. Sweetie! 버럭 소리를 지른 것이다. 필자 가슴이 서늘할 정도의 매섭고 우렁찬 고함에 가까운 명령이었다. 6피트는 훨씬 넘어 보이는 어른 남자가 앉은 키도 되지 않는 어린 여자아이에게 이렇게 큰 소리로 명령을 내리자 아이는 화들짝 놀라 장난감을 내려놓고는 아빠 뒤를 열심히 쫓아갔다.
토요일 오전 느긋하게 나와 물건을 고르거나 구경하던 사람들이 모두 그 아빠를 쳐다보았고 필자도 그때까지 느긋하였던 기분이 순식간에 달아나버렸다. Leave it alone이라는 고함과 Sweetie라는 이 전혀 어불성설한 말에 필자는 이 아이가 장차 이 경험을 통하여서 무엇을 느끼고 생각하게 될까를 추측해 보았다.
그 여자아이는 아빠를 따라가다가 왜 그 장난감 인형에 눈길이 가서 손을 뻗치게 되었을까? 무엇이 그 아이에게 그런 행동을 하도록 했을까?
그것은 호기심이다. 그 아이의 상상력과 창의력이 그랬을 것이고 그것은 지식에 대한 욕구이기도 하다. 그러나 아빠의 이 한마디는 이 아이의 모든 것을 무참히 짓밟아버린 것이다. 아빠가 만약 바쁜 틈을 내어서 가게를 왔다면, 그래서 급히 어디로 가는 중이었다 해도 그 아이가 그 장난감을 들고 살펴보고 다시 놓고 가는 데는 아마 1~2분이면 족했으리라. 그랬더라면 그 아이는 자신이 가졌던 그 호기심을 충족하게 되었을 것이고 차를 타고 가면서 그 장난감을 보고 느낀 바를 아빠에게 이야기 하면서 마음껏 상상의 나래를 펼쳤을 것이다.
그리고 그것은 아름다운 기억으로 남게 될 것이다. 그러나 그 대신 아빠로부터 질책이 떨어졌다. 장난감을 잽싸게 내려놓는 동작으로 미루어 두려움을 느꼈음이 분명하였는데 아빠는 다시 뒤돌아보지 않고 아이가 어떤 기분일지는 관심 없이 뒤따라오는 것만 확인하고는 계산대 쪽으로 걸어가고 있었다.
아이의 호기심, 상상력, 지식욕을 충족시켜 주어서 다음에도 이런 호기심, 궁금증이 생겨날 때 주저 없이 행동에 옮길 수 있는 자녀(가령 나중에 학교 교실에서 선생님 강의에 의문이 생겨났을 때 손을 들고 질문을 하고 싶은 경우)로 만들어 주기 위해 부모는 이럴 때 어떻게 하여야 할까? 아빠는 장난감을 만지고 있는 아이에게로 다가와서 물어보아야 한다. 무엇이 아이의 눈길을 끌었는지 관심을 가지고 말이다. 그리고 무엇이 흥미로운지 말해 보도록 기회를 주어야 한다. 가지고 싶은지, 좋은지 나쁜지, 보고 나니까 어떤 느낌인지를 물어보아 준다.
이렇게 아이의 생각과 기분을 물어보고는 진중하게 귀 기울여서 아이의 생각과 기분을 들어주어야 한다. 들어주어서 아이가 자신의 생각과 기분이 다른 사람에게, 특히 아빠에게 받아들여졌음을 느낄 수 있도록 해주어야 한다. 만약 시간이 바쁘다면 아이에게 설명을 하여야 한다. 지금 아빠가 바쁘니까 다음에 와서 보자고 말이다. 그런 다음에 아이 손을 잡고 데리고 가면서 못 보고 그냥 가는 기분을 물어보고 들어 주어야 한다.
이런 경험이 없이 자란 아이들은 인간관계가 불안정하고 자의식의 형성이 더디게 된다. 누군가에게 내 주장을 내세우거나 도움을 청할 때 또는 서로 다른 생각을 지닌 사람을 만났을 때 그런 상황을 피하거나 굴종적인 태도를 보이거나 불편해 한다. 내 주장이 분명한 당당한 아이들은 저절로 생겨나지 않는다. 부모가 아이 생각과 기분을 존중해 줄 때 생겨난다.
리처드 손 임상심리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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