긍정적 평가 정체성 깨닫는데 도움
대학진학을 준비하여야 하는 10, 11학년 고등학생들을 대상으로 적성검사를 시작하기 전에 필자는 학생들에게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한 번 설명해 보라”는 주문을 한다.
인터뷰나 면접에서 이런 질문을 실제로 받는다. 대학에서 무엇을 전공할 것이며 장차 어떤 직업이 적합한지를 알아 보러온 학생들에게 이런 주문은 약간 당혹스럽게 만든다. 질문이 좀 광범위하여 무슨 말로 자신을 표현하여야 할지 모르겠다면서 8절지 한 페이지 정도를 다 채워서 자기 자신을 표현해 내는 1.5세, 2세 고등학생들이 드물다. 이것은 자신에 대해서 쓸 때, 즉 정체성을 논할 때 무엇을 써야 하는지 모르고 있다는 말과 통한다.
이 현상은 여학생들보다 남학생들에게 더 심각하게 나타나고 이공계, 상과, 그리고 생물학, 화학 등을 전공하고자 하는 자연과학계 지원자 남학생들에게 더욱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
그러나 자신의 정체성을 설명하는 자의식은 이렇게 빈약하지만 수학문제나 화학식을 해보라면 8절지 석장을 주어도 다 채워서 풀 수 있는 학생들이기도 하다.
분석적·논리적 사고행동을 요구하는 학문영역에서 뛰어난 성취도(상위 10% 이상의 표준학력 지수가 나오고는 한다)를 나타내 보이는 학생들이 자신의 자의식을 한 번 분석해서 나타내 보라면 꿀 먹은 벙어리가 되어서 “Introverted, maybe?” 또는 “I am outgoing.” 이런 간단한 한두 단어로 자신을 설명하고자 시도하는 정도에 그치고 만다.
또 글을 써 낸 학생들 중에서 가장 흔히 읽게 되는 자기 소개서는 대단히 부정적인 언어, 자기 비하적인 단어, 그리고 절망적 언사로 채워진 글들을 발견하고는 한다. 이것이 그 학생의 자의식이기에 그런 글이 나올 수밖에 없다.
요즘은 자신의 정체성, 자의식을 대신 설명해 주면서 대학 진학에 필요한 자기 소개서를 대필해서 작성해 주는 곳도 있다고 한다.
그러나 대학을 진학하는 고등학교 상급 학년의 학생이 스스로가 어떤 사람인지 올바르게 설명하는 일을 대필로는 곤란하다. 이런 이유 때문에 우리 2세 자녀들이 자신의 분명한 정체성을 드러낼 필요가 있는 주류사회의 ‘주류직업군’ 즉 정치, 언론, 사회, 경영, 경제 분야 등에 뛰어들기를 주저하지 않나 생각된다.
필자는 학생들에게 자신의 건강 및 용모, 대인관계 기능, 정서 능력, 다른 사람이 평가하는 자신, 일상 행동방식, 성격적 특성 및 장단점, 학교 공부 또는 주어진 과제물 처리기능, 인지능력, 그리고 경험을 통하여 배운 바 등 정체성을 구성하는 중요한 요소들을 설명한 다음 이를 한 페이지 정도로 잘 정리하여 자신을 소개하는 에세이를 쓰는 과제를 내어주어서 진학 때 쓰여 질 자기 소개서로 가다듬도록 만든다.
그런데 이러한 자의식은 어린 시절부터 누군가가 자녀의 행동방식이나 성격적 특성에 관심을 가지고 자녀행동을 거울에 비추어 주듯이 긍정적인 언어로 말해줄 때 가장 분명하게 형성되게 된다. “재훈이는 다른 사람과 대화할 때 귀를 기울이고 기분을 수용할 줄 알더라” “미셀은 속상하는 일이 있으면 심호흡으로 마음을 가라앉히고 또 엄마하고 의논하면서 문제를 잘 해결하는구나”
부모의 이런 평가를 통해 자녀들은 자신이 이렇게 행동한다는 것을 깨우치게 된다. 정체성은 누군가가 평가를 해줄 때 일깨워진다.
그러나 이런 평가가 책망, 꾸짖음으로 이루어져 있으면 매우 부정적인 자기 소개서 에세이를 쓰는 자녀로 만들게 된다.
리차드 손
<임상심리학박사·PsychSpecialists, Inc.>(213) 234-82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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