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명이 모두 줄리어드 음대 동문인 곽병국씨 가족. (왼쪽부터) 문정원, 장녀 크리스틴, 차녀 미셀, 곽병국.
세계적인 예술의 도시 뉴욕에 수많은 예술가들이 활동하고 있다. 그 중 부부, 남매나 자매간, 또는 온가족이 음악, 미술 등 다양한 문화방면에서 함께 활동하고 있기도 하다. 한 사람이 얻기도 쉽지 않은 예술적 성공을 가족 구성원 모두가 공유할 수 있다는 것은 부러워 할만한 일이지만 본지가 초점을 맞추는 것은 이런 성취 자체보다는 구성원들 간의 끈끈한 애정과 노력이다. 정 트리오같은 세계적인 한인 예술가 가족이 여러 분야에서 나오기를 바라며 예술인 가족 연재를 시작한다.
최근 본지의 신춘문예 시부분에 당선된 한 신인은 창작의 과정에서 가장 고통스러웠던 것이 재능에 대한 회의였다며 부모를 포함한 내 가계에서 작가나 예술가 한명 없다는 사실이 좌절감을 더욱 심화시켰다고 말했다. 과연 부모가 예술가인 가정에서 자란 자녀들은 예술가로 성공할 가능성이 일반인보다 더 높을까? 인간은 후천적인 노력으로 무엇이든 이룰 수 있다고 믿는 사람들은 이 질문에 단호히 ‘아니다’라고 대답하겠지만 곽병국씨의 가정을 보면 DNA 결정론까지는 아니더라도 음악가 부모들이 자녀들의 음악적 성취에 큰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만큼은 분명해 보인다.
본국에서 일찌감치 재능을 인정받은 곽씨는 13살 나이에 도미, 줄리어드 음대 예비학교를 거쳐 석사학위를 받은 바이얼린 연주자이자 교수이며 부인 문정원씨도 줄리어드 음대 대학원에서 피아노를 전공했다. 두 딸 역시 현재 촉망받는 음악인으로 성장하고 있다. 바이얼린을 연주하는 장녀 크리스틴(한국명:연경)은 줄리어드 음대 대학원에 재학 중이며 동생 미셀(진경)도 줄리어드 예비학교에서 첼로를 전공하고 있다.
곽병국씨는 딸들이 음악가가 되기를 고집한 적이 없었으며 아내는 오히려 고통스런 수련 과정을 누구보다 잘 알기에 다른 직업을 갖길 바랐다고 말한다. 그러나 피는 못 속인다는 말을 실감하기 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크리스틴은 4살이 지나자 천재적인 재능을 나타내기 시작했고 미셀 역시 부모와 언니의 뒤를 따라 자연스럽게 음악에 대한 열정을 드러냈다. 음악이 주는 기쁨과 성취감을 잘 알기 때문에 적극적인 지도에 나섰지만 저희가 정말 딸들에게 바랐던 것은 음악에만 몰두하는 외곬수가 아닌 다방면에 관심과 열정을 갖는 건강한 청소년이 되는 것이었다고 문정원씨는 강조했다. 부모의 바램대로 자매는 음악 외에 학업성적도 뛰어난 우등생으로 성장했다.
특히 고교 졸업시 하버드와 컬럼비아 대학에서 동시에 입학허가를 받았던 크리스틴은 컬럼비아 철학과 전공시절 수업을 오래 빠져야하는 연주 초청은 거부할 정도로 학업에 충실했다. 또한 이들 자매의 변치 않는 깊은 신앙심도 뉴욕중부교회 집사인 곽씨가 늘 감사해 하는 부분이다. 물론 부녀간에 갈등의 시절도 있었다. 음악가를 강요한 적이 없는 곽씨지만 일단 딸의 음악지도자 역할을 맡은 순간부터는 누구보다 냉정한 모습을 보였다. 중요한 콩쿨을 눈앞에 둔 시점에서 음악 경연은 체조 경기처럼 한 치의 실수도 용납될 수 없다며 아버지는 크리스틴을 혹독하게 수련시켰고 가뜩이나 예민한 사춘기의 딸은 바이얼린을 내동댕이치며 반항했다. 크리스틴은 친구들의 아버지처럼 자상한 모습이 아닌 엄한 스승의 역할만 하는 아버지를 감당하지 못한 적이 있었다고 말했고 곽씨는 이틀 동안 둘이서 부둥켜안고 엉엉 울 정도로 힘들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카네기홀과 링컨센터 등 뉴욕의 주요 무대를 이미 다 거친 이들 4명의 음악가들이 정말로 소중하게 생각하는 무대는 오히려 작고 아담한 커뮤니티 차원의 가족음악회 공연이다. 곽씨는 웨체스터 뮤직 길드 초청 공연 등 뉴욕의 유서 깊은 가족 음악회에 자주 참가한다며 무대에 함께 서면 음악이라는 소중한 공통분모로 엮인 우리 가족이 정말 축복받았다는 느낌을 받는다고 한다. 여전히 발전중인 자매에게 부모로써 바라는 것? 물론 정 트리오같은 세계적인 음악 일가를 이루는 딸들의 모습을 보고 싶은 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하느님이 주신 큰 재능을 개인의 이익만이 아닌 주신이의 영광을 위해 사용하는 음악인으로 남는다면 그것만으로도 큰 만족입니다.
<박원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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