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년 이상 정상을 지키고 있는 록그룹 U2의 3D 콘서트 영화를 맨하탄 첼시극장에서 보면서 U2의 음악을 처음 들었던 80년대를 회상하지 않을 수 없었다. 마이클 잭슨이 있었고, 컬쳐 클럽이 있었고, 마돈나도 있었지만 중고등학교와 대학 시절을 관통했던 그 시절을 기자는 무엇보다 록의 시대로 기억한다.
팝의 본고장 영국과 미국은 물론 호주와 캐나다와 독일과 일본, 그리고 척박한 풍토의 한국에서도 록 그룹들이 융성했다. 그리고 정치적인 상황은 한국만큼이나 척박했던 아일랜드에서도 U2라는 걸출한 그룹이 나타났다. 반골의 땅에서 등장한 젊은이들답게 이들의 노래는 거칠고 강렬한 메시지를 담고 있었다. 당시 한국에서 록을 듣는 대학생들에게는 근거없는 엘리트 의식과 함께 까닭없는 죄의식이 미묘하게 섞여있었던 것 같다. ‘양키 고 홈’을 외치면서도 록 음악에 몸을 흔드는 자신들을 변호할 가장 좋은 구실은 록음악이 저항의 음악이라는 항변이었다.
60년대의 히피 운동을 들었고, 비틀즈 멤버가 모두 노동자 가정 출신임을 굳이 강조했고, 아일랜드 반란군 대한 영국군의 유혈 진압을 노래한 U2의 ‘Sunday Bloody Sunday’를 운동권 가요에 비교했다. 거창한 말로 록의 정신 ‘Sprit of Rock’은 저항과 평화였다. 라틴아메리카에서의 공연 모습을 담은 이 영화를 보면서 ‘진정성’ 혹은 ‘정신’이라는 수식어를 여전히 팝음악에 붙일 수 있다는 사실이 기뻤다. 이제는 웬만한 국가의 유엔대사보다도 영향력 있는 활동가 보노는 공연 내내 인류가 하나라는 메시지를 전달했고, 무대의 대형스크린에는 심지어 세계평화헌장이 자막으로 나오기도 했다.
그러나 이 영화를 추천하는 것은 이런 ‘잡다한’ 이유들 때문이 아니다. ‘현존하는 가장 위대한 록밴드’ U2의 히트곡들을 90분 동안 감상할 수 있는 것, 그것도 연주자들이 바로 눈앞에 다가오는 입체 3D 영상으로 볼 수 있다는 것은 큰 즐거움이다. 80년대 가장 아름다운 목소리라는 찬사를 받았던 리드 보컬 보노의 목소리는 변함이 없고 다른 멤버들의 연주 역시 이들이 중년이라는 사실을 잊게 할 만큼 열정적이었다. 인근 극장에서는 여중생의 우상인 ‘한나 몬태나의 3D 콘서트’가 역시 상영 중이다. 10대들이 그 영화를 보면서 열광할 때 조금 ‘올드’한 관객들이라면 U2 콘서트를 보면서 못지않게 환호해 보는 것이 어떨까. <추천인: 박원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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