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필하모닉이 26일 평양에서 공연을 한다고 한다. 평양 공연 후 28일 서울에서의 공연도 일정에 포함되어 있다. 1956년 보스턴 심포니의 구소련 연주가 미소 국교 정상화의 시발점이 됐다. 그 뒤 3년 후 뉴욕 필하모닉은 레너드 번스타인 지휘로 소련 공연을 다시 가졌었다.
이번 평양 공연은 로린 마젤이 지휘봉을 잡는다. 연주곡목은 북한 국가와 미국 국가, 거슈인의 ‘파리의 미국인’과 드보르작의 ‘신세계 교향곡’이다. 이번에 흥미로운 것은 북한 땅에서 미국 국가를 연주한다는 점이다. 실로 격세지감이 아닐 수 없다.
리처드 닉슨도 1972년 핑퐁 외교로 중국과 국교를 여는데 성공했다. 우리는 이처럼 국교 이전에 운동이나 예술을 통해 양국의 접근을 성공시킨 사례를 많이 알고 있다. 그래서 이번 뉴욕 필하모닉 공연이 꽁꽁 얼었던 미북 관계를 개선하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외신들도 벌써 이 공연을 앞두고 ‘역사를 만드는 음악회’라는 표현까지 하고 있다.
그러나 한 가지 걱정스러운 것은 오래 장막 속에 갇혀온 북한사회에서 이 공연을 어떻게 받아들일까 하는 점이다.
1962년 뉴욕시 발레단이 소련에서 공연했을 때 그곳의 한 논평가가 서구 예술은 모두 퇴폐적이라고 했다. 공연 제의를 받은 뉴욕 필하모닉도 처음에는 북한의 독재정권을 정당화하는 선전도구로 쓸 수 있다는 점을 크게 염려했다고 한다.
바라건대 이번 뉴욕 필하모닉의 북한 공연으로 그동안 누적되었던 북한과 미국의 적대관계가 해소되어 양국 국교 정상화에 중요한 시발점이 되고 그것을 계기로 우리 한반도는 물론 동북아 전체의 평화의 씨앗이 되었으면 한다. 뉴욕 필하모닉이 뉴욕으로 돌아온 뒤에도 양국의 우호관계가 계속 증진되기를 바란다는 지휘자 마젤의 기대는 우리 한민족 모두의 기대이고 염원이라 생각한다.
이번 뉴욕 필하모닉 공연이 반드시 우리와 핏줄이 같은 북한 형제들에게 행복을 주고 또 새봄의 따뜻한 볕이 눈을 녹이듯이 한반도의 긴장 완화에도 크게 이바지 할 수 있을 것을 굳게 믿는다.
김영식/ 볼티모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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