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의 관심과 배려 뒤따라야
“틴에이저 문제 때문이에요.”
한 학기 내내 학교에 온 날보다 안 온 날이 더 많았던 케이가 마침내 학기말 성적에서 중요학과목 낙제를 받는 사태를 맞게 되었다.
며칠 후 케이의 어머니가 딸을 데리고 사무실로 찾아왔다. 딸아이가 학교생활에서 문제가 있는 줄 짐작은 하고 있었지만, 그동안 자기가 너무 바빴고, 또 시간이 좀 지나면 나아지려니 하고 그냥 내버려두었더니, 이렇게 되었다는 얘기였다.
“아무래도 우리 딸아이가 ‘틴에이저 이슈’ 때문에 많은 갈등을 겪고 있는 것 같아요. 아이하고 싸우기 싫어서, 야단도 못 치겠고, 그냥 틴에이지를 벗어날 때까지 기다려주어야 되겠지요?” 상담하는 동안에 이 어머니는 ‘틴에이저 이슈’라는 말을 여러 번 사용하였다.
“틴에이저 이슈라니 구체적으로 무슨 문제인데요. 보이프렌드 사귀고 있나요?” 친구라고 같이 다니는 남자아이는 있는데 보이프렌드는 아니라고 한단다. “혹시 마약을 하고 있는지 아십니까?” 펄쩍 뛰면서 그렇지 않단다. “그럼, 교우관계가 원만치 않은가요?” 친하게 지나던 친구하고 다투었는데, 다시 화해했으니까 그 문제도 아니란다. “그럼 공부 잘하라는 부모의 압력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고 있는가요?” 자기 부부는 아이들에게 좋은 성적 받아오라고 압력을 주는 일이 없다는 답이다.
“그렇다면 어머니와 케이와 함께 나와 얘기를 해보는 것이 어떨까요. 혹시 어른들이 모르고 있는 특별한 문제가 있을지도 모르니까요.”
“아니에요. 그럴 필요 없어요. 우리 딸을 다른 교육구로 전학시키려고 해요. 새로운 곳에 가서 새 출발을 시키고 싶어요.”
뭔가 잘못 돌아가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딸의 문제를 ‘틴에이저 이슈’ 때문이라고 말하는 케이의 어머니가, 과연 문제의 본질과 해결책을 이해하고 있는가 하는 의문이 들었다.
물론 10대에 들어서면서, 대다수의 아이들이 소위 틴에이저 문제를 겪게 되는 것은 부인하기 어려운 사실이다. 아직 자아확립이 완성되지 못한 아이들의 마음을 흔들어 놓는 유혹은 사면에 깔려있고, 내부에서, 외부에서 밀려오는 스트레스 또한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로 클 수 있다. 심한 경우에는 우울증과 같은 심각한 상태에 빠질 수도 있기 때문에, 부모의 특별한 관심과 배려가 필요한 시기이도 하다.
그러나 역설적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능력은 문제를 많이 겪어본 경험에서 배양된다. 감당하기 어렵다고 생각되는 문제들을 풀어가는 과정을 거치며, 아이들은 합리적인 사고 능력과 성숙한 감정조절 능력을 얻을 수 있다.
살아가면서 부딪치는 문제들이 10대에만 한정되어 있는 것이 아닌 이상, 10대에 겪는 문제를 10대에서 풀고 가지 못하면, 20대, 30대, 40대에 부딪치는 문제는 어떻게 풀 수 있을까? 그런 의미에서 아이들이 10대에 들어서면서, 무분별하고 반사회적인 행동을 하는 것을 무조건 ”10대 문제 때문에”라고 관대하게 덮어주는 것은, 적절한 대책이 되지 못함은 물론, 일생을 거쳐 “문제” 때문이라는 핑계를 내세우는 책임감없는 사람으로 만들 수 있다.
케이의 문제는 어머니의 진단처럼 틴에이저 이슈 때문이 아니고, 공부하는데 실증을 느낀 한 철없는 틴에이저의 꾀병에서 나온 문제일 가능성이 많다. 전학을 간 새 학교에서 케이가 심기일전 공부를 열심히 하게 되기를 바랄 뿐이다.
그러나 케이를 다시 정상적인 궤도에 올려놓기 위해서는 전학이라는 처방뿐만 아니라, 좀더 강도 높은 부모의 지도가 동반되어야 한다는 것이 나의 생각이다.
김순진
<밴나이스 고교 카운슬러·교육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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