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경제가 어렵다고 한다. 그러나 얼마 전 가 본 서울 모습은 이와는 딴판이었다. 명동거리는 어느 때고 길이 꽉 찰 정도로 행인이 많았다. 대부분이 20대, 30대로 그 시간에 직장에서 일을 하거나 아니면 학교에서 공부해야 할 듯한 연령층들이었다. 뉴욕 맨해튼의 5번가나 소호 거리도 대낮에는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들끓지는 않는데 하는 생각이 들었다. 청년층의 실업률이 높아서일까.
한 유명 백화점은 아침 10시 반에 문을 여는데 많은 사람들이 미리 와서 셔터 문이 올라가기만 기다리고 있었다. 마치 별천지에 온 것 같이 느껴졌다.
경제가 나빠져서 경제 대통령을 뽑았다는 말들이 이해가 안 된다. 서울 한복판에 있는 백화점 두어 곳은 세계적인 명품만을 취급하는 섹션이 있는데 그 안은 뉴욕의 5번가의 명품점을 총망라해 한 곳에 모아놓은 듯 했다. 여기도 붐비기는 매일반이다.
대학시절 지금 부인이 된 애인과 데이트하러 자주 가곤 했던 모 여대를 찾았다. 대학 캠퍼스도 물론 많이 변하고 커졌지만 그보다 놀라운 것은 학교 입구를 중심으로 적어도 반마일 반경으로 사방에 자리 잡고 있는 먹거리, 입을 거리 집들의 엄청난 규모였다. 식당, 카페들은 미국이나 유럽의 어느 도시의 번화가 한가운데 들어와 있는 듯 했고 수없는 양장점, 부티크, 액세서리점들은 아마도 강남이나 명동을 훨씬 능가하고 있었다. 그 수 백 개의 상점들이 모두 이곳 한 대학의 여학생들을 상대로 돈을 벌고 있음에 틀림없다.
백화점 문 닫기 전 두어 시간 동안의 ‘푸드 코트’는 발 들여놓을 틈이 없어 사람들이 서서 자리 나기만 기다리고 있었다. 퇴근길에 아예 외식하고 집에 가자는 것이다. 맨해튼 퇴근시간은 한시라도 바삐 집으로 가려는 사람들로 붐빈다. 퇴근길의 식당들은 보기가 딱할 정도로 대부분 한가하기만 하다. 과연 돈도 없고, 살기 힘들 정도로 경제가 엉망인데도 이런 모습이 가능할까 하는 의아심만 생긴다.
호기선/ 하버그룹 수석부사장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