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막에 봄이 오고 있다. 나무 잎새들은 고마운 비를 맞아 연초록빛으로 빛나고 곧 팡팡 터질듯 마당의 사과 꽃 복숭아 꽃이 피어오르리라.
친구는 봄소식을 전하는 전화를 한다.
“덧없는 육체의 눈이 아닌 깨어난 눈으로 세상을 살겠다”
덧없는 육체, 덧없는 시간인 것을 그 누가 모르랴. 이 모든 것이 지나가는 꿈이라면 처연히 아름답고 찬란히 타오르는 육체의 열락이라는 환영 또한 태어남의 은총이 아닌가.
LA 반스델팍 갤러리에서 정영훈의 작업을 처음 보았다.
미술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아름다움’이라고 믿는 나는 현대미술에서 빼어난 아름다움을 찾기 어려워 도대체 현대미술이 왜 이 지경이 되었는가를 의문하고 또 의문해왔다. 그러던 나의 시선에 우선 그의 작업 ‘깊은 물 높은 산’(deep mount high 사진, 부분)은 무척 신선하고 아름다웠다.
그는 포르노 잡지의 나체 부분을 오려붙여 다양한 형태의 복합적이고 오르가닉 한 형상을 창조하는데 작품전체에서 느껴지는 공간성이 열려있고 다면적이다. 즉 그의 공간의식은 평면적이지 않다.
아름다움, 속됨, 신성함, 타락, 어둠, 분노, 절대미의 염원, 소외, 참회, 비참함, 현대와 고대, 다정함, 생명, 호기심, 매력, 수치심, 범죄성, 황홀과 열망…
단 한 장의 작업이 이렇게 극단적으로 다른 감정들을 한꺼번에 느끼게 하는 마력에 끌려 나는 그의 스튜디오를 방문했다.
한 젊은 예술가의 복합적이고 깊은 예술적 감수성을 언어로 표현하기는 쉽지 않다. 본질적으로 언어와 다른 선, 형상, 감성, 공간감각의 미묘한 종합인 그 기이한 생명력을 주시하며 그의 미적 감수성의 탁월함을 다시 발견하는 행운을 누렸다.
그의 최근 작업은 미켈란젤로의 시스틴 성당 벽화와 불화의 이미지들을 성적인 포즈의 포르노적 형상으로 재배치한다. 가장 육체적인 형상들의 모임이 성스러움과 만나 그의 말대로라면 ‘최후의 심판’에 맡겨지는데 지하의 캄캄한 육체의 향연이 동시적 공간에서 찬란하게 열린 신성으로 초대되는 광범위한 의식세계가 몇 백년 전의 의식과 한 현대작가의 의식 속에서 시간적 공간적 일치의 연상을 불러일으켜 우리 무의식속의 성, 공포, 죽음, 광기, 타부를 적나라하게 드러낸다.
또한 몇 번이고 재구성되어 보는 이에게 카오스와 조화를 느끼게 함과 동시에 깊은 절망감과 소외감을 던져지게 하는 대담 한 미적야심으로 한 시대를 투영한다.
정영훈은 3월8일에 개관하는 IF 갤러리(Wilshire와 Parkview 코너)에 동료작가 다코다 베트란트와 함께 초대되었다.
다코다는 예수님이 마지막으로 목마르다 하실 때에 예수에게 드렸던 신포도주를 머금은 해융을 우슬초에 매어 예수의 입에 대는 장면을 이야기하며 돌, 세라믹, 꽃, 기름, 해융을 태운 경배의 ‘향기’가 그의 작업이 될 것이라고 한다.
하여간 특이한 젊은이들인데 그토록 신선하여 마음을 활짝 열어주고 그토록 깊이 골몰하고 집중하여 ‘힘’나게 한다. 이 힘든 시대에 예술을 하며 인생을 바치는 이 시대 젊은이들의 아름다워서 슬픈, 육체와 정신의 일치된 실체에의 모색에 희망을 느낀다.
박혜숙 화 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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