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자매 예술가 구매화씨 가족. (왼쪽부터), 구지연 (보태니컬 아티스트), 구유진(메이크업 아티스트), 구매화(디지털 아티스트), 구순원(보태니컬 아티스트), 구여혜(한국화가)
자매들 모두 미술전공 자신만의 세계 구축
아트엑스포 돌며 ‘5자매 뉴욕전’ 준비 한창
구매화씨 가정은 전형적인 한국의 대가족이었다. 구씨가 3남5녀 8남매의 장녀였고 친조부모도 함께 살았다. 사업가로 자리를 잡은 아버지를 찾아온 고향 친구, 친지들이 끊이지 않아서 현재 용산전자센터 인근에 있었던 옛 자택에는 늘 사람들로 북적거렸다.
미술에 취미가 있는 장녀에 대한 특별 배려로 부모님은 창고 한구석에 조그만 공간을 마련해줬다. 구매화씨는 번잡한 집안에서 벗어나 그곳에서 그림을 그렸다. 특혜는 장녀로 한정되었다. 구씨의 아버지는 남은 자녀들까지 미술을 하는 것을 반대했다. 결국 다섯명의 딸들이 모두 미술을 하고 있지만 가장 늦게 성공한 사람은 오히려 장녀였다. 오는 28일부터 제이콥재비츠 센터에서 열리는 ‘2008 아트엑스포 뉴욕’에 참가하는 그래픽 아티스트 구매화씨. 약사인 남편을 따라 76년 미국에 온 구씨는 한국에서의 경력을 포함 30년 가까이 디자인 직종에 종사하다 50살이 넘었던 2000년에 전업 아티스트로 출발했다.
나름대로 성공적인 사회생활을 해왔던 구씨가 직장인으로만 만족 할 수 없었던 가장 큰 이유는 ‘예술을 하는 동생들’이라는 자극이 있었기 때문이다. 4명의 여동생들 중 구지연씨는 한국세밀화협회 회장으로, 꽃을 소재로 하는 보태니컬 페인팅 부분에서 독보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계명문화대학 전임교수 구유진씨는 원래 무용을 전공했으나 메이크업 아티스트로 진로를 바꿨다. 구여혜씨는 한국미술인선교회 회장으로 기독미술 부분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으며 구순원씨 역시 그래픽 디자이너로 출발해 둘째 언니처럼 보태니컬 미술을 하고 있다.
홍익대 미대를 졸업했기 때문에 기본은 있었고 오랜 직장 생활을 통해 그래픽과 디지털에 대한 실무경험도 충분했어요. 다만 늘 가슴에 담고 있었던 예술가로서의 첫발을 내 딛기에는 자신감이 부족했습니다. 주저하던 구씨에게 가장 큰 용기가 된 것도 역시 동생들이었다. 특히 보태니컬 미술을 전공하며 90년대 뉴욕에서 7년간 함께 머문 둘째 동생 구지연씨가 가장 큰 힘이 되었다. 동생은 요리 준비는 다 되었으니 그냥 불 위에 올려놓고 끊이기만 하면 된다고 언니를 격려했다.
이후 구씨는 디지털 테크닉을 이용해 꽃이라는 감성적인 소재를 표현하는 자신만의 독특한 작품 세계를 구축해 나가고 있다. 동생과 함께 꽃이라는 공통소재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유난히 꽃을 좋아해 마당에 갖가지 꽃을 심었던 아버지의 영향이라는 설명이다. 출장을 갖다 오시면 큰딸에게 꼭 붓과 물감 등을 선물했던 아버지가 이래저래 구씨를 미술의 길로 이끈 역할을 했다면 자애로웠던 어머니는 자매들에게 인성을 심어주었다.
구씨는 자매들끼리 같은 예술 분야에 종사하며 서로에게 영감을 주고 자극이 되는 것도 행복한 일이지만 어려서부터 다툼한 번 없이 사이좋게 지내온 것이 더욱 감사한 일이라고 말했다. 그렇게 화목했던 가정을 만든 사람이 어머니라는 것이다. 여덟명의 자식을 키우면서 욕은커녕 큰 소리 한번 내지 않던 분이었어요. 겨우 아들 둘 키우면서 벌컥 화를 낼 때마다 어머니 생각을 하며 부끄러웠습니다.
2004년 5명의 예술가들은 오자매전(Five Sisters-Exhibition of Five Artistic Minds)이라는 제목으로 동숭아트센터에서 전시회를 가졌다. 다섯 딸의 작품이 한 곳에 모여 있는 전시회장을 둘러보며 아버지는 너무나 흡족해했다. 환갑이 된 구씨는 둘째 아들까지 독립한 지금부터가 작업에 몰두할 수 있는 시기라고 의욕에 차있다. 동생 지연은 좋은 꽃을 찾기 위해 이스라엘에서 40일을 헤맬 정도로 자신의 일에 열정적입니다. 동생들에 뒤지지 않도록 저도 노력해야죠. 자매들의 공동전시회 다음 장소는 뉴욕이 될 것이다. 구씨는 아트엑스포 기간 중 행사장을 꼼꼼히 점검하며 ‘5자매 뉴욕전’ 전시회를 위한 준비를 차근차근 해나갈 작정이다.
<박원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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