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쇠기
지난 9일 상항 노인회의 초대로 학생들과 여러 어르신들을 모시고 시댁 나들이 간 기분으로 구정을 쇠고 왔습니다. 오랜 세월에서 우러난 삶의 지혜를 배우고 어른을 공경하는 우리나라의 전통의 효 정신을 직접 체험하는 좋은 기회이기도 하였습니다.
작년에 이어 올해도 맛있는 떡국과 나물, 전등 설날 음식을 마련해 주시고, 무자년 한해도 무사히 평안하기를 기원하는 한국 무용 ‘태평성대’와 ‘부채춤’도 관람하였습니다. 또 모두 예쁘게 한복을 갖춰 입고 어설프지만 학교에서 배운 대로 두 손을 모으고 머리를 숙여 세배도 드렸습니다. 미리 챙겨 오신 세뱃돈을 한 명 한 명 쥐여 주시며 덕담을 하시는 어르신들을 보며 새삼 오랫동안 뵙지 못 했던 집안 어른을 뵌 듯 반가움과 병풍처럼 든든함을 느꼈습니다.
미국에서 아이들을 키우다보면 어디에 교육의 기준을 두어야 할지 혼란스러울 때가 있습니다. 일명 ‘미국식’이라고 해서 형제남매 간에도 ‘형’이나 ‘누나’와 같은 호칭보다는 이름을 부르는 것에 훨씬 익숙하고, 할아버지 할머니를 친구처럼 서슴없이 대하는 걸 보면서 당연하지 싶다가도, 한편으로는 미국에 살고 있다고 하는 특수한 상황을 핑계로 내 아이들이 버릇없이 자라나는 것을 내버려 둘 수만은 없다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식탁에서 어른이 수저를 들고 난 후에 식사를 시작한다거나, 어른 앞에서는 말을 가려 존대어를 사용해야 하고 말과 몸가짐을 조심해야 하며 어른께 물건을 드리고 받을 때는 두 손을 사용해야 하는 등의 간단한 기본 예절들이 점차 지키기 어려운 예절이 되어 가고 있는 것 또한 사실입니다.
어느 심리학자의 표현을 빌리자면 자식 교육은 폭풍우 속에서 집을 짓는 법을 가르치는 것이라고 합니다. 미국 안에서 Korean-American으로서 어떤 힘든 일이라도 굽히지 않고 꿋꿋하게 나아갈 수 있는 저력의 근원은 자신의 정체성을 잃지 않고 자신의 뿌리인 한국의 정서와 문화를 알고 이해하려고 하는 데서 시작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미국과는 맞지 않다고, 고루한 유교의 잔재라고 치부하기에는 너무나 아름다운 우리나라의 전통문화와 ‘효’ 정신을 잃지 않고 계승해 갔으면 하고 바래봅니다.
오랜만에 입은 한복이라 고름이 풀리고 긴 치마 자락에 밟혀 넘어 지기도 했지만 넉넉하게 모든 것을 품어 안는 한복처럼 어르신들의 훈훈하고 따뜻한 마음을 흠뻑 느낀 하루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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