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당한 수면 학업능률 도움

AP 과목을 가르치는 선생님 한 분이 부탁이 있다면서 사무실로 들어왔다. 학생 한 명이 거의 매일 교실에 들어와 자리에 앉자마자 잠을 잔다는 것이었다.
중요한 수업내용을 놓치는 것은 말할 것도 없고, 전체적인 수업분위기에 좋지 않은 영향을 끼치기 때문에, 몇 번 주의를 주었지만 별 효과가 없다고 했다. 부모에게 연락해서 대책을 마련해 달라는 부탁이었다.
학생을 우선 불렀다. 첫 시간 수업 시간에 잠자는 것이 사실이냐고 물었더니 멋쩍은 듯이 웃으면서 그렇다는 것이었다. 잠은 집에서 자고 와야지 공부하러 온 학교에서 자는 것이 아니라고 했더니 집에서 잠을 잘 못자서 그렇다는 대답이었다.
알고 보니 매일 잠자리에 들어가는 시간이 밤 12시를 넘기는 것이 보통이고 때로는 새벽 한 두시가 되는 날도 있다고 했다. 아침에는 통학버스를 타기 위해 5시 반에는 일어나야 되기 때문에 결국 잠자는 시간은 하루에 4, 5시간 정도밖에 안된다는 계산이 나왔다.
그 나이의 청소년들의 권장 수면시간보다 대폭으로 부족한 양 밖에 자지 못하고 그 부족한 양을 학교에 와서 보충하는 셈이었다.
정상적인 생활을 하기 위해서 사람들은 평균 8시간 정도의 잠이 필요하며, 미국 시민들 중에는 잠을 충분히 자지 않는 사람들이 많고 이같은 수면부족 때문에 업무의 효율성이 떨어지는 것은 물론이고, 교통사고를 비롯해서 여러 가지 사고의 원인이 되고 있다는 지적을 누구나 들어보았을 것이다.
몇 시간을 자야지 다음날 상쾌한 기분으로 일어나서 하루 종일 활발하게 두뇌활동을 할 수 있는가는 개인에 따라 다를 수 있다.
권장시간보다 대폭 적은 양의 잠을 자고도 건강에서나 업무 수행면에서 아무 지장을 느끼지 않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하루 8시간을 꼬박 자야지 심신의 기능이 원활하게 돌아가는 사람도 있다.
한참 성장기에 있는 학생들에게는 8시간의 잠도 부족할 수 있다. 그러나 요즘처럼 공부하랴, 학과외 활동하랴 정신없이 바쁘게 지내는 학생들의 입장에서 자고 싶은대로 실컷 자기도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그렇다고 매일 권장시간의 반정도 밖에 자지 못한다면, 두뇌의 활동이 둔해지면서, 집중력을 잃어버리게 되고, 결과적으로 성적이 떨어지는 역효과를 낼 수 있다. 적어도 하루 7시간은 잘 수 있도록 일과표를 짜야 할 것이다.
교실에서 잠자는 학생들의 문제는 단순히 잠자는 시간이 부족하다는 것만이 아닐 수 있다. 도대체 무엇을 하느라고 매일 자정을 넘기느냐는 것을 유심히 살펴야 한다.
설령 늦은 시간까지 공부에 열중하고 있을 수도 있지만, 이럴 경우에도 공부하는 시간을 연장해서 얻는 득보다는 잠을 충분히 못자서 받는 실이 더 크다는 것이 선생님들의 의견이다.
집중력이 떨어진 상태에서 공부한 내용은 참다운 지식으로 흡수되었을 가능성이 적기 때문이다.
늦게 자는 이유가 혹시 컴퓨터 게임에 열중해 있어서인지, 또는 채팅방에 들어가서 전혀 모르는 사람들과 채팅에 빠져 있어서인지, 또는 미성년자가 보아서는 안될 성인용 프로를 보느라고 그런 것인지, 항상 체크해 볼 필요가 있다.
말할 필요도 없이 공부를 잘하려면 체력에서도 자신이 있어야 한다. 건강한 체력을 유지하려면 최소한도의 잠이 꼭 필요하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므로, 매일 자녀가 제대로 취침시간을 지키는가도 체크해야 한다.
요즈음 아이 기르기가 너무 힘들다는 한 어머니의 하소연에 고개가 끄덕여졌다.
김순진
<밴나이스 고교 카운슬러·교육학 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