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연두 감독의 작품 ‘다큐멘터리 노스탤리저어’의 스틸 컷
지난 10일 뉴욕현대미술관(MoMA)의 ‘모던 먼데이’ 프로그램으로 상연된 정연두 감독의 ‘다큐멘터리 노스탤리지어’는 여러 가지면 에서 흥미로운 작품이다.
90분 동안의 상연시간동안 카메라는 고정된 채 전혀 움직이지 않는다. 사운드도 없다. 스텝인지 배우인지 구별이 되지 않는 사람들이 쉴 새 없이 화면속의 무대를 바꾸고 이에 따라 조명이 바뀐다. 세팅이 끝난 무대는 정적인 스틸 사진처럼 고정되어 버린다. 그 상태로 지루하다 싶을 정도로 아무 움직임없이 시간이 흘러간다. 그리고 또다시 스텝이 등장하고 무대와 조명이 바뀐다. 상업영화에만 익숙한 사람들에게는 실험이 지나쳐 관객모독에 가까울 정도다.
실제로 몇몇 관객들은 혼자말로 투덜거리며 상영 도중 극장문을 나서버렸다. 그러나 대부분의 관객들은 무미건조한 이 영상물을 숨죽여 응시하며 오히려 웃음마저 터트렸다. 이 작품은 마치 아웃테이크(스크린에서는 볼 수 없는, 사용되지 않은 촬영 분량)의 모음같기도 하고, 영상 프레임이란 상식에 대한 조롱 같기도 하며, 미쟝센이란 개념에 대한 감독의 고유한 해석 같기도 하다. 어색함과 치밀함이 계속 뒤섞이는 이 작품을 보는 내내 관객들은 감독의 의도를 계속 궁금해 했다. 지난해 한국현대미술관이 선정한 ‘올해의 예술가’이기도 한 정연두 감독이 관객들의 질문에 답했다.
Q: 기획단계를 제외한 순수 제작 기간은 얼마였나.
15일이었다. 한국의 국립현대미술관내에서 촬영했는데 전시회가 잠시 비었던 보름동안 모든 작업을 끝내야 했다. 미술감독 및 스텝들과 함께 모든 일을 직접 같이 했다.
Q: 왜 사운드를 사용하지 않았나
이 작품은 방과 논, 동네거리, 산 등 내 어린시절 기억에 남았던 풍경들에 대한 것이다. 기억과 시간과 환상이 섞이는 설명할 수 없는 분위기를 소리가 방해할까 우려했다.
Q:배우들 혹은 스텝들 움직임 속에서 여백이 계속 나타난다. 의도적인가?
모든 움직임이 철저히 계산된 것이다. 동시에 아무것도 의도된 것은 없다. 의도된 콘티는 있지만 일단 카메라가 돌아가면 그 안에서 벌어지는 일은 그냥 일어나게 놔두었다.
Q:6개의 장이 나타내는 이미지는 무슨 의미가 있는가?
아주 오래된 기억속의 이미지들은 지속적이지도 논리적이지도 않을 것이다. 아마 영화에서 환상을 보는 장면을 표현할 때 자주 사용하는 플래시의 연속일 것이다. 나는 ‘아주 길게 늘여진 플래시’라는 모순된 표현을 사용하고 싶다.
Q:찰리 채플린에게 영향 받았다고 했는데 현대의 감독은 누굴 좋아하나?
사실 잘 모르겠다. 컴퓨터가 발달한 현재는 모든 영상들이 지나치게 완벽하고 지나치게 좋은 것 같다. 그게 마음에 들지 않는다.
<박원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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