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전 같았으면 지금쯤 물건 하러 온 손님들로 북적북적 했겠지요. 그런데 요즘은 너무 한산해요”
화요일 오전 11시쯤, 다운타운 귀금속 도매상 건물. 시계 수리점을 운영하는 K씨의 말이다.
화요일이나 수요일은 남가주 일대 스왑밋들이 쉬는 날이다. 그래서 이날이면 각지의 스왑밋 주인들이 물건을 구입하러 다운타운으로 몰려들곤 하던 것이 얼마 전까지의 풍경이다.
그런데 최근 들어서는 그런 손님들의 발길이 뚝 끊어져 도매상 주변이 조용하다고 한다. 스왑밋 장사가 안 된다는 말이다.
“스왑밋은 주로 히스패닉 장사이지요. 그런데 요즘 경기가 안 좋은 데다 불법체류자 단속이 너무 심해서 히스패닉들이 일을 못하는 거예요. 그러니 물건을 살 수가 없지요”
히스패닉 고객들이 스왑밋·자바시장에서 발을 끊으니 그들을 상대로 장사하던 한인 업주들이 타격을 입고, 소매상들이 장사가 안되니 그들에게 물건을 대던 도매상들이 파리를 날리는 연쇄작용이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게다가 금 도매상들은 하루가 멀다 하고 뛰는 금값 때문에 장사를 할 수도 없고 안 할수도 없는 형편이다. 한인 상인들 간의 거래는 대개 외상 거래. 물건을 먼저 가져가고 2-3개월 후 대금을 지불한다. 그런데 그 사이에 금값이 펑펑 뛰어올라 차라리 안 팔았던 게 나은 상황이 되고 만다. 그렇다고 물건을 팔지 않으면 당장 렌트비며 생활비 감당이 안 되니 울며 겨자 먹기로 장사를 한다는 것이다.
인근 자바시장도 상황이 어렵기는 마찬가지이다. 경기가 너무 안 좋다 보니 건물주가 스스로 렌트비를 깎아 내리는 기현상도 일어나고 있다. 12개 점포를 갖춘 한 샤핑몰의 경우 얼마 전까지 7,500달러였던 월세가 4,000달러로 뚝 떨어졌다. 입주해 있던 한인 상인들이 렌트비 부담을 못 이겨 줄줄이 가게를 떠나자 다급해진 건물주가 렌트비를 내린 것이었다.
수입이 적어지면 할 수 있는 일은 지출을 줄이는 일. 업소마다 가장 먼저 한 일은 종업원 수 줄이는 일. 아울러 전화비 몇 10달러라도 절약하기 위해 장거리 전화도 끊어 버렸다. 그 다음에는 모두 점심을 안 사먹어 다운타운 음식점이 파리를 날리고 있다.
얼마 전만 해도 “다 먹자고 하는 일인데 잘 먹어야지…”며 푸짐하게 음식을 주문하곤 했는데 그런 풍조가 사라졌다. 대부분 도시락을 싸오고, 좀 큰 업소에서는 가게에 밥솥을 들여놓고 반찬만 날라다 식사를 해결한다.
아울러 비싼 개스값 절약하기 위해 차를 움직이지 않는 것도 흔한 현상. 각각 운전해서 출근하던 부부가 한 차로 움직이고, 업주들끼리 카풀을 하며, 방향이 맞으면 버스도 적극 이용한다.
다운타운 경기, 부동산 시장이 바닥이니 한인타운 경기가 어려운 것은 자명한 일. 저녁이면 북적북적하던 식당, 술집들이 요즘은 눈에 띄게 한산해졌다. 자장면 $2.99, 갈비탕 $4.99 …‘값이 싸야 먹힌다’며 식당들이 가격경쟁에 나섰다.
문제는 이 모두가 시작에 불과하다는 것. 경기침체가 꽤 오래 갈 것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전망이다. 도시락 싸고, 버스 타며 허리띠 졸라매기를 얼마나 오래 해야 할 지 끝이 보이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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