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인 입양아 4자녀가 살았던 아이오와 시티의 집 앞에 이들의 죽음을 애도하며 주민들이 남겨놓은 추모 글귀와 꽃, 인형 등이 놓여 있다.
아이오와 시티 경찰 관계자들이 한인 입양아 일가족 사망 사건에 대한 수사 진행상황을 발표하고 있다.
“애들 천국갔을 것” 범행후 음성메시지
“왜 그렇게 잔인하게” 범행 동기 아리송
전문가들 “나 없는 가정 존재 안한다 생각”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기에 어린 아이들까지 죽이나…’
지난 24일 아이오와 시티에서 발생한 한인 입양 4자녀 살해 참극의 전모가 조금씩 드러나고 있는 가운데 이들 입양아들의 양부 스티븐 수펠의 범행동기에 대한 의문이 쉽사리 풀리지 않고 있다.
범행동기 파악에 단서가 될 수 있는 수펠이 집안에 남겼다는 유서의 내용이 알려지지 않고 있으나 아이오와 시티 경찰은 횡령혐의로 사법처리의 위기에 처한 수펠이 신병을 비관한 나머지 최악의 선택을 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수펠은 힐스 뱅크 앤 트러스트 은행 재직시에 56만달러를 횡령, 돈세탁한 혐의로 기소돼 다음달 재판을 앞두고 있는 상태였다.
수펠이 자신의 처지에 대한 비관으로 자살을 결심한 것으로 보이지만 부인과 입양한 어린 자녀 4명까지 야구방망이로 무참히 때려 사망케 할 필요가 있었는지, 다른 이유는 없었는지에 대한 의문은 남는다.
경찰에 따르면 수펠은 범행 후 자신의 아버지와 형이 일하고 있는 변호사 사무실과 집 등에 전화를 걸어 “아내와 아이들이 천국에 갔을 것”이라는 내용의 음성 메시지를 남긴 것으로 밝혀졌다.
그의 이같은 행동이나 부인을 살해한 뒤 차안에서 배기개스를 틀어 아이들과 함께 자살하려 시도했던 점 등을 미뤄볼 때 가족들을 남겨두고 죽기를 거부하는 심리상태가 엿보인다는 분석이 가능하나 어린 아이들을 그렇게 폭력적인 방법을 써 살해한 점은 납득이 잘 안 되는 대목이다.
전문가들은 일가족 자살사건의 경우 가부장 중심적인 사고를 가진 가장이 어려움에 처했을 때 주로 발생한다고 분석했다.
범죄학 전문가인 토마스 멕애닌 박사는 “수펠과 같은 인물은 자신이 없는 가정은 존재할 수 없다고 생각하는 특징이 있다”며 “어차피 자신이 돌보지 못할 바에야 동반자살하는 편이 낫다고 생각했을 것”이라고 추측했다.
한편 수펠이 한인 입양아 네 자녀와 부인을 살해하고 자살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지역 한인사회는 충격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일부 한인들은 이번 사건이 한인 입양아 가족에 대한 잘못된 인식을 심어주지 않을까 하는 우려를 나타내기도 했다.
아이오와시티 한인연합감리교회 송광식 목사는 “희생자가 한인 입양아들이라는 사실이 뒤늦게 알려져 한인들이 큰 슬픔에 빠졌다”고 전하고 “희생자들을 위한 추모예배를 고려 중”이라고 밝혔다.
<심민규 기자>
전문가 진단- 우울증에 스트레스·분노 겹치면 ‘폭발’ 가능성
한인사회에서의 일가족 살해 및 자살 사건들이 잇달아 발생해 온 가운데 백인 가정에 입양된 한인 어린이들까지 양부의 손에 몰살을 당하는 사건까지 터지면서 한인들을 충격 속으로 몰아넣었다.
도대체 무엇이 이 같은 극단적 선택을 하게 하는 것일까. 한인 정신과 의사와 심리학자 등 전문가들은 일반적으로 가해자들이 평소에 조울증, 우울증, ADHD(주의력 결핍 과잉행동장애) 등 정신과적 문제를 겪고 있었을 가능성이 높다며, 여기에 스트레스 상황, 분노, 마약 등의 문제가 겹쳐지면서 판단력을 상실한 가해자가 살인과 자살이라는 극단적인 해결책을 선택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고 분석했다.
수잔 정 정신과 의사는 “사람에게는 우울하거나 분노가 많을 때 상대방이나 자신을 파괴하고 싶은 본능이 있으며 통계적으로 살인의 40%는 가족이나 연인, 자식 등 사랑하는 사람 사이에서 일어난다”며 “스트레스나 감정조절도 큰 영향을 미치며 마약 중독자인 경우 범행 당시 마약을 했을 가능성도 높다”고 지적했다.
또한 스트레스나 걱정, 고민이 많은 상황에 오랫동안 노출되면 우울증이 발생, 판단 능력을 상실해 ‘모든 것을 끝낸다’는 극단적인 결정을 할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것도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이순자 심리학 박사는 “통계적으로 약 80%의 사람들은 이러한 범죄를 저지르기 전 가족이나 지인들에게 ‘모든 것이 끝났다’ ‘아내와 자녀에게 미안하다’ ‘내가 끝낼 것’ ‘다 죽는 것이 낫다’ 등의 말을 흘리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며 “이런 말을 들으면 쉽게 여기거나 비난하지 말고 억지로라도 전문가에게 연결, 주변사람들도 사건을 막을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김동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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