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연합뉴스) 이기창 특파원 = 미국 대선 민주당 후보경선에서 버락 오바마와 힐러리 클린턴 상원의원이 장기 혼전을 거듭하고 있는 가운데 올 가을 대선 승리를 위해서는 앨 고어 전 부통령이 민주당 후보로 나서는 수 밖에 없다는 주장이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고어가 다시 민주당 대권 후보로 나서야 한다는 이른바 ‘고어 대망론’은 지난해 민주당 일각에서 제기됐다 올해 본격적인 경선이 실시되면서 사라졌으나 4월이 되도록 힐러리와 오바마가 승부를 가리지 못한 채 장기 소모전을 계속하자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른 것이다.
중진 언론인 조 클라인은 시사주간지 타임에 ‘고어가 해답인가?’란 글을 써 ‘고어 대안론’의 본격적인 불을 지폈다.
’고어 대안론’의 요체는 공화당측이 일찌감치 존 매케인을 후보로 확정하고 본선을 준비하고 있는 가운데 힐러리와 오바마간의 이전투구로는 승산이 없는 만큼, 8월 전당대회에서 고어를 대통령, 오바마를 부통령 후보로 미는 게 가장 확실한 민주당 대선 승리의 길이라는 것.
우선 힐러리는 적어도 경선 투표에서는 오바마에게 대의원 수를 이기기 어렵기 때문에 영예로운 승리는 물건너갔다고 클라인은 지적했다.
힐러리가 이길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슈퍼대의원을 끌어들여 경선에서의 열세를 뒤집는 것이지만, 그럴 경우 오바마를 지지한 흑인과 젊은층 유권자들이 대거 이탈해 본선 승리는 기대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오바마는 지역별 경선 승리는 확실하지만, 앞으로 남은 펜실베이니아, 노스 캐롤라이나, 인디애나 경선에서 힐러리에게 대패하고, 라이트 목사 발언으로 야기된 인종논란까지 심화될 경우 타격을 피하기 어렵다.
특히 백인 중산층이 그를 외면한다면 오바마로는 마음을 놓을 수 없어 이라크전과 경기침체 등으로 민주당이 쉽게 이길 수 있는 선거를 놓칠 가능성까지 있다.
그렇기 때문에 ‘고어 대안론’이 나오는 것이며, 이 카드만 성사되면 이론적으로 올 대선 승리는 어렵지 않을 것이란 주장이다.
‘고어 대안론’은 오는 8월 민주당 후보 지명 전당대회에서 힐러리와 오바마가 모두 2천25명의 과반지지를 확보하지 못하는 경우를 상정한다.
두 사람 다 후보 지명에 필요한 `매직넘버’ 대의원 2천25명을 확보하지 못한 가운데 슈퍼대의원 100명 가량이 뜻을 모아 고어 지지를 선언하고 오바마에게 부통령 후보를 제의한다면, 결국 고어-오바마 티켓이 가능할 것이란 관측이다. 1900명의 대의원을 얻었지만 과반 확보가 불가능해진 오바마가 자신의 대의원을 고어에게 몰아준다는 전제가 있어야 이 가설은 성립된다.
클라인은 이 같은 ‘고어 대안론’을 힐러리와 오바마 진영을 비롯한 민주당 여러 인사들에게 타진한 결과, 가능성은 희박하지만 아주 흥미롭다는 반응을 얻었다고 밝혔다. 무엇보다도 고어-오바마 티켓의 승산이 높다는데 많은 사람들은 공감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고어 대안론’은 물론 터무니없는 구상이지만, 어처구니 없이 전개되는 민주당 후보경선 때문에 생각해보지 않을 수 없는 카드라고 클라인은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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