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0년대 필자가 김해 공병학교에서 폭파, 축성, 교량 건설 등 과목의 교관으로 신병들을 교육할 당시 뒷산은 동네 사람들의 전용 땔감 채취장이었다. 그 인근의 산들은 이미 모두 벌거숭이인데 그래도 군대에서 관리하는 국유림만 신병들이 식목일에 여러 해 열심히 나무를 심어 제법 숲을 이루고 있었던 것이다.
동네 주민들이 심심치 않게 잠입하여 청솔가지를 베어 지게에 잔뜩 짊어지고 내려오면 위병들이 길목에 숨어 있다가 붙잡아 지게와 낫들을 압수해서 건물 뒤에 모아 두었다. 그러나 5.16을 거치고 나서 그런 도벌꾼들은 뚝 끊어졌다. 연탄을 사서 쓰게 되었던 것이다. 만약 연탄이 보급되지 않았으면 한국의 산림녹화는 아직도 요원했을지 모른다.
최근 북한에 나무를 심어 주자는 운동이 일어나고 그런 단체가 생겼다 한다. 북한에 묘목을 제공하고 그 묘목을 식목하는 북한 주민의 수고는 식량으로 지불하여 북한강산도 녹화를 하겠다는 취지다.
그러나 한 가지 흠이 있다. 그것은 연료대책이 결여된 북한의 궁핍 때문에 심은 나무들이 겨울의 혹한 속에 북한 인민들이 필요로 하는 난방 취사연료를 위한 희생제물이 되지 않으리란 보증이 없다는 사실이다. 심기는 쉽지만 육림하고 보전하기는 어렵다. 인구 밀집 거주 지역은 이미 온 산이 민둥산이 북한인 것이다.
북한 주민들은 마소의 분을 말려서 불을 때는가 하면 하다 못해 잡초, 작물의 뿌리까지 캐어서 건조시켜서 연로로 쓰고 있다. 진정 식목이 뿌리 내리려면 인근의 주민들에게 겨울 연료까지 수년 내지 10년간은 제공해야 할 것이다. 과연 이것이 가능할까 의문이다.
최창진/ 테메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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