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한국 총선은 ‘이슈가 없는 선거’ ‘피아가 불분명한 선거’로 불린다. 어느 정당의 주요 정책이 뭔지, 어느 후보가 어떤 공약을 내세웠는지 아는 사람도 없고 별로 궁금해 하지도 않는 것 같다. 또 당대 당의 싸움보다 당의 공천을 받지 못한 사람들이 뛰쳐나가 얼마 전까지 자기가 몸담고 있던 당 후보를 공격하는 사태가 벌어지는가 하면 당에 남아 있는 유력 인사가 자기 당 후보는 제쳐두고 밖으로 나간 후보를 지지하는 등 뒤죽박죽인 현상까지 발생했다.
그 결과 경남 사천에서는 한나라당 박근혜 의원 지지자들이 친 이명박계로 미운 털이 박힌 이방호 후보를 떨어뜨리기 위해 이념적으로 전혀 색깔이 다른 민노당의 강기갑 후보를 지원하는 이변이 벌어졌으며 강후보는 그 덕에 180표 차로 당선되는 행운을 누렸다.
그러나 크게 보면 뚜렷한 흐름이 감지되지 않는 것도 아니다. 그건 운동권, 386, 진보 성향 정치인의 퇴조와 보수의 약진이다. 한나라당은 과반수가 조금 넘는 150여석을 얻었지만 한나라보다 더 보수인 선진자유당 18석, 역시 보수인 친박 연대 14석, 그리고 대체로 보수인 무소속 25명 중 상당수를 합치면 개헌선인 200에 육박한다.
반면 탄핵 역풍으로 과반수 의석을 획득했던 열린 우리당의 후신인 통일 민주당은 80여석, 민노당 5석을 차지, 절반으로 줄었고 진보 신당은 한 석도 차지하지 못했다. 임종석, 우상호, 이인영, 오영식 의원 등 전대협 의장을 지냈던 민주당의 386 운동권 대표 주자들은 줄줄이 낙선했다.
특히 이번 선거에서 두드러진 것은 운동권이었다 전향한 뉴 라이트의 기수 신지호의 국회 입성과 운동권의 대부이자 올드 레프트인 김근태의 몰락이다.
선거초반만 해도 30년 민주화 투쟁 경력에다 집권당 대표, 유력 대통령 후보, 장관 등 화려한 경력을 가진 김근태에 비해 신지호는 게임이 안 돼 보였다. 실제 여론 조사도 두 자리 수 이상 차이가 났다. 그러나 그가 12년간 지역구민의 대표로 있으며 도봉 지역의 발전을 위해 한 일이 없다는 공격이 먹혀들면서 결과는 신지호의 역전승으로 끝났다.
김대중 노무현 정부와 함께 등장한 반기업, 반시장, 친북 이념을 가진 386 대항마로 등장한 뉴 라이트는 시장 경제와 민주주의를 지지하는 자유주의 운동으로 최근 한국 사회에서 주목을 받아왔다. 이번 선거는 이들이 직접 현실 정치에 뛰어들어 추구하던 이념을 실천할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된 것이다.
신 후보와 함께 뉴 라이트 운동의 대표 주자인 조전혁 교수(인천)의 당선과 역시 뉴 라이트 운동 지지자인 홍정욱 헤럴드 미디어 회장의 노회찬 진보 신당 후보에 대한 승리는 한국 유권자들의 마음이 어느 쪽으로 쏠리고 있는가를 보여주는 예들이다. 이번 선거에서 20대가 대거 이들 후보들에게 표를 준 것은 한국 정치의 보수 바람이 상당 기간 계속될 것임을 예고해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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