컬럼비아 대학 한국학센터 소장 찰스 암스트롱 교수
한국 드라마.가요 등 신선함 아시아 넘는 최고 대중문화상품
미국내 열품 불기위해서는 문화장벽 극복 과제도
온라인의 브래태니커로 불리며 전세계 네티즌들이 애용하는 ‘위키디피아’에는 korean wave 항목에 원음 그대로 표기한 ‘hallyu’를 중국식 발음인 ‘han-liu’, 일본식 발음인 ‘kanryu’라는 단어와 함께 올려놓고 있다. 보통명사가 고유명사화 되는 것은 하나의 현상이 세계적으로 인정되는 보편적인 현상으로 인식되고 있다는 척도인 셈이다.
일본의 만화영화가 ‘재패니즈 애니메이션’이 아닌 ‘아니메’로 정착된 지는 오래됐고 일본음 그대로인 ‘망가’로도 폭넓게 불려지고 있다. 볼리우드(bollywood)는 세계 최대의 영화제작국인 인도의 독특한 영화산업 구조를 설명하는 고유명사화 되었다. 브리티시 인베이젼은 비틀즈와 롤링스톤즈로 대표되는 60년대 영국팝의 미국 석권 현상을 가르킨다.
과연 아시아를 휩쓴 한류는 브리티시 인베이젼이 보여줬던 혁신과 창의력을 담보하고 있는가? 이 물음은 결국 한국문화가 아시아를 뛰어넘는 세계적인 컨텐츠로 인정받을 수 있는 지에 대한 핵심적인 질문일 것이다. 지난 4일 메릴랜드 볼티모어 소재 존스 홉킨스 대학에서 열린 한류세미나에 참석한 패널들의 대답은 일단 긍정적이었다. 이날 세미나는 한류가 더 이상 주목받아야 하는 새로운 현상이 아님을 선포한 자리였다. 동시에 이미 아시아에서는 10년전부터 시작된 한국대중문화의 열풍이 이곳 미국에서도 불기 위해서는 쉽지 않은 문화 장벽을 넘어야 함을 확인시켜준 자리기도 했다.
사회를 맡은 컬럼비아 대학 한국학센터 소장 찰스 암스트롱 교수는 “삼성, 현대 등 글로벌 기업의 이미지 향상과 적극적인 한국정부의 홍보만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특별함이 분명 한류의 성공에는 존재한다”고 단언했다. 암스트롱 교수는 이 특별함을 “첨단적인 트렌드와 유교적 전통이라는 요소가 절묘하게 섞여있는 것”으로 풀이했다. 특히 급격하게 현대화되고 있지만 여전히 서구 문화가 주는 이질감에 거리감을 느끼고 있는 중국의 수용자들에게 한국의 드라마와 가요는 쉽고 편하면서도 신선함을 주는 최고의 대중문화상품이 되었다는 것이다.
한국영화의 기세도 여전했다. 이지홍 뉴욕문화원 국제관계 매니저는 비디오 프레젠테이션을 통해 봉준호 감독의 ‘괴물’이 할리웃과 맞서는 유일한 영화 국가 프랑스에서 얻은 상업적, 비평적 성공을 보여줬다. 이미 세계적인 작가 감독으로 인정받고 있는 김기덕, 이창동, 홍상수, 박찬욱 감독 외에도 봉준호와 심형래 감독으로 인해 한국영화는 아트시네마를 벗어나 멀티플렉스 극장에서도 미 대중들과 만나고 있다.
로버트 케이글 일리노이 주립대 교수는 “미국의 일부 영화 평론가들이 한국영화를 싸잡아 ‘아시안 익스트림(Asian Extreme)’로 분류하는 것은 편협한 시각”이라고 말했다. 유럽의 예술영화, 아시아의 잔혹 영화라는 식으로 편의적인 잣대를 들이대는 미국 영화계의 관행을 비판하고 당당한 주류 영화로 한국 영화를 바라봐야 한다는 주문인 것이다.
월드컵열기가 한창이던 2002년 한 축구평론가는 “클래식 팬들이 정트리오와 사라 장을 배출한 한국을 음악 선진국으로 여기듯이 이제 세계 축구팬들은 한국을 축구 강국으로 인정하게 됐다”며 흥분했었다. 그러나 불과 몇 년이 지난 후 한국 축구의 위상은 초라하다. 한국대중문화가 밀려왔다 지나간 반짝 흐름으로 기억될 지 일본의 망가나 스시처럼 당당한 주류 문화로 자리잡을 수 있는 지 쉽게 판단할 수 없는 대목이다.
<박원영 기자> wypark@kore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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