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실을 들어서면 글쓴이가 알려지지 않은 글이 벽에 붙어있다. 내가 모든 능력을 잃었는데 하나의 능력만을 선택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다면 “대화하는 능력”을 원할 것이란 문구다. 나와 같은 방을 쓰는 유아교육전공 교수가 인간에게 가장 중요한 능력중에 하나가 언어라는 것을 강조하기 위해 그 누군가 쓴 글을 벽에 붙여놓은 것이다. 그 교수와 나완 2년을 넘게 같은 방을 사용했다. 그러나 우린 “Hi”외에 다른 내용을 주고받기에는 너무도 바쁜 일정에 쫒겨 2년이 쏜살같이 지나갔고 그가 다른 방으로 옳긴 후 또 다른 4년이 지났지만 지금까지 우린 대화할 시간을 찾지 못하고 있다.
칼스테이트 LA의 사범대 학생들은 95%이상의 현직 교사들로 이루어져있다. 그들은 낮에 교사로 일을 하고 저녁에 교사자격증을 취득하고자 대학원과정을 이수하는 사람들이라 무척 힘든 스케줄을 가지고 있다. 새벽부터 일어나 가족을 챙기고 학교에 가서 아이들을 가르치고 오후 4시가 되서 공부를 하러 오는 것이다.
지쳐서 온 사람도 있고 좋은 일이 있었던 사람도 있고 아직 모르는 것이 많아 질문할 것도 많은 사람도 있다. 수업 전에 미리 도착한 사람들은 웅성대고 북적대다가도 내가 들어가면 갑자기 찬물을 끼얹은듯 조용해 진다. 물론 수업에 임하는 좋은 자세일 것이다. 그러나 난 그 조용함 보다는 대화를 계속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난 교실에 들어가 수업이 시작하기 전에 항상 학생들에게 옆 사람에게 한 주일을 어떻게 지냈는지 물어보라고 격려를 한다. 그리고 대화에 참여를 안하고 있는 사람이 옆에 있으면 반드시 말을 걸어 질문을 하고 답을 할 수 있는 기회를 주라고 한다. 수업중에도 끊임없이 자신들이 가르치는 상황의 예가 있으면 스스럼없이 이야기를 하도록 격려를 하고 그들의 이야기를 경청하기도 하지만 내가 강의를 할 때 적극적인 자세로 듣기를 요구한다.
대화라는 것이 듣는 행동과 이야기하는 행동으로 이루어져 있음에도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야기하는 것을 대화라 생각한다. 그러면서도 자신이 이야기할 때 남이 열심히 들어주기를 원한다. 살아가며 모든 사람과의 대화가 중요하지만 그래도 가장 대화가 필요한 사람을 꼽으라면 바로 초·중·고등학교에 재학중인 자녀들이다.
삶에 바쁘고 지친 부모는 자녀들의 이야기를 들어줄 시간도 없을 뿐만 아니라 최대한 경제적으로 짧은 시간에 자신의 생각을 전달하려는데 주력을 한다. 그러나 대화의 반은 듣는 것이고 듣는 것이 말을 하는 것보다 중요하고 어려운 일이다. 적극적으로 듣는 방법은 상대방이 말을 하는 동안 눈을 맞추고 고개를 끄덕이거나 미소를 짓거나 몸을 앞으로 약간 기우려 앉아 성의있는 듣는 자세를 보이는 것을 말한다.
또한 짧게 “그렇지”하며 장단을 맞추기도 하고 들은 내용을 짤막하게 정리해 확인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며 잘 이해가 되지 않은 것은 다시 설명을 하도록 부탁하는 방법 등이 적극적인 듣기방법이다.
이렇게 적극적인 듣기방법을 사용하면 말하는 사람도 더욱 열심히 대화에 참여를 한다는 것이다. 공통화제가 적은 자녀와의 대화를 유도하기위해 부모가 이렇게 열심히 적극적으로 듣는 관심과 태도를 보이면 자연히 자녀는 부모와의 대화시간을 즐거워 할 것이고 자존감을 느껴 대화가 필요한 우리가정에 활발한 대화의 시간을 만들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적극적인 듣기방법은 자녀에게 말로 지시하는 것보다 훨씬 더 큰 효과를 얻어낼 수 있다.
김효선 교수
<칼스테이트 LA 특수교육과>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