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보존 정부와 민간이 함께 나서야
지난주 뉴욕에서 개최된 ‘미국교육연구협회’ 연례 학회(전 세계에서 온 1만6,000명 이상의 학자들이 참석한) 에 참석한 뒤 기차를 타고 워싱턴 DC로 가서 미연방교육부가 주최한 회의에 참석하고 LA로 돌아왔다.
해마다 여러 곳에서 개최되는 각종 학술대회에 참석하다보면 미국은 과연 광활한 나라이며, 각 주마다 기후와 토양이 모두 다르기 때문에 사는 사람들의 모습도 모두 다르다는 것을 새삼 느끼게 된다. 아울러 이렇게 50개 주의 각기 다른 경치를 다 둘러본다는 것은 아마 내 평생에는 다하지 못할 수 있다는 생각도 든다.
기차가 뉴욕의 32가에 있는 Pen Station을 떠나 필라델피아를 거쳐 워싱턴의 유니언역에 도착하기까지 기후 차이뿐만 아니라 기차연도에 펼쳐지는 산과 들의 모습과 주택 양식 등이 모두 달랐다.
“이화에 월백하고 은하는 삼경인데, 일지 춘심을 자규야 알랴마는, 다정도 병인양하여 잠못 이뤄 하노라”라는 이조년의 시조를 연상시키는 하얀 꽃의 배나무와 화려한 벚꽃의 만개로 봄 기지개를 펴는 워싱턴은 관광객들의 발길을 재촉하고 있었다.
마침 주말이라 필자는 스미소니언 박물관과 한국미술품이 소장된 Freer-Sackler 미술관에도 들를 수가 있었다. 이 미술관 바깥 벽에는 ‘일본 미술관’ ‘중국 미술관’이라는 커다란 현판이 걸려 있었고, 같은 건물 안에 있는 한국관을 찾는 데는 다소 시간이 걸렸다.
불과 1-2년 전에 개관된 한국관은 단 한 개의 전시실로서, 신라시대부터 이조시대까지 이르는 도자기들이 검소한 모습으로 잘 진열돼 있었다.
그러나 일본관과 중국관은 각기 모두 5-6개의 진열실을 채우고 있었으며, 도자기류 뿐만이 아니라, 그림과 병풍류들도 합하여 각기 두 나라의 미술작품을 골고루 총괄적으로 전시하고 있었다.
아시아관 현관 벽에는 기부자 명단이 걸려 있었다. 일본관을 그만큼 크게 여러 전시실을 가득 채우게 된 데에는 일본 정부 뿐만 아니라, 일본 내의 대기업과 민간재단, 미국 내의 일본계 기업과 민간재단의 참여가 크게 기여했음을 보여 주었다. 그러나 한국관 설립에는 한국 정부만이 기부자 명단에 들어 있었다.
물론 스미소니언 박물관에 한국관이 새롭게 들어서게 된 것은 아주 잘된 일이다.
그러나 한국의 대기업이나 민간재단, 미국 내 한인기업, 민간 재단이 보다 적극적으로 참여했었더라면, 한국관도 전시실 2- 3개쯤은 될 수도 있었지 않았나 여겨진다.
한국 정부가 민간 기업이나 재단의 참여를 적극적으로 권장하지 않았을 수 있다. 다른 한편으로는, 한국인이나 재미 한인들이 기부문화에 아직 익숙하지 않은 탓도 있겠다고 하겠다.
미국의 대도시에는 항상 일본정원이나 일본관이 있음을 고려할 때 스미소니언 박물관 내의 아시아관 (Freer-Sackler미술관)의 일본미술관처럼, 일본 정부와 민간기업이 공동 참여하여 이룩해낸 프로젝트임을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스미소니언 박물관은 세계에서 가장 큰 박물관 중의 하나이며, 세계 각국에서 온 많은 관광객들이 전시실을 연일 방문하고 있음을 감안할 때 한국 문화 예술을 세계 여러 나라에 알릴 수 있는 아주 좋은 기회이다. 이와 같은 사업은 정부 주도로 하되 한국 굴지의 민간기업 및 재단들도 공동으로 참여하여, 한국의 문화 예술을 전 세계에 알리는데 힘을 합쳤으면 한다.
이런 맥락에서 화재로 손상된 서울의 숭례문(남대문) 복원도, 어렵지 않게 성사시킬 수 있다고 본다. 정부 주도로 하되, 한국 굴지의 민간기업, 재단 및 민간인들도 동참케 할 수 있다. 그리고 자금 출연에는 반드시 세금 혜택을 후하게 주도록 해야 할 것이다.
클라라 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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