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와 자녀간 상반된 입장 대화로 풀어라
학부모 한 분이 급히 상의할 일이 있다면서 찾아 왔다. 지금까지 공부도 잘하고 별다른 걱정을 끼치지 않던 딸아이가 갑자기 학교를 그만두겠다고 했단다. 도대체 무슨 이유 때문이냐고 물어도 그저 학교생활이 지루하고 무의미해서 더 이상 학교를 계속하고 싶지 않다는 말만 되풀이하고 있어서, 어떻게 대책을 세워야 할지 난감하다고 했다.
딸아이는 GED(검정고시)를 쳐서 커뮤니티 칼리지를 갈 것이고, 2년 후에 4년제 대학으로 편입을 해서 교육을 마칠 계획이니까,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고 오히려 부모를 안심시키더라는 것이었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좋은 대학에 진학할 것을 기대했던 부모에게 딸아이의 결정은 적지 않은 충격과 실망을 주었다. 그러나 무엇보다 부모의 입장에서 당혹감을 느낀 것은 지금까지 아무 문제없이 학교생활을 잘해나가고 있는 줄 알았던 아이가 학교를 중퇴하겠다는 중대한 결정을 내릴 때까지 전혀 속마음을 짐작조차 못하고 있었던 사실이었다.
부모 자녀 사이에 의사소통이 제대로 안되고 있다는 얘기는 새삼스러운 얘기는 아니다.
초등학교 때까지만 해도 학교에서 일어난 일을 시시콜콜 보고했던 아이가 어느 때인가 부터 입을 다물기 시작하면서 묻는 일에만 마지못해 예스와 노만으로 대답을 하게 된 것을 많은 부모들이 경험했을 것이다.
부모로서는 아이들의 이 같은 변화가 섭섭하고 이해하기 어려운 일이지만, 이 변화는 자녀들이 성인이 되는 성장과정의 자연스러운 단계이기 때문에 크게 걱정할일은 아닌 것이다.
부모자녀사이의 대화의 단절은 대개가 일시적이거나 부분적인 경우가 많지만, 경우에 따라서는 세대간의 대화가 지속적으로 완전한 차단에 가까운 경우도 드물지 않다.
특히 금년에 대학에 입학한 자녀를 둔 가정에서는 대학선택을 놓고 부모와 자녀의 생각이 전혀 다른 방향으로 가고 있는 경우를 자주 본다. 주로 경제적인 이유 때문에 타주에 있는 사립대학보다는 주립대학에 자녀가 진학했으면 하는 부모에 반해서, 자녀는 기어코 타주에 있는 사립대학으로 진학하고 싶다는 경우도 보았고, 이와는 반대로 어려운 명문사립대에 입학한 아들이 부모의 소원은 모르는체 걸프렌드를 따라서 커뮤니티 칼리지에 가겠다고 고집을 부리는 아이도 보았다.
한 지붕 밑에서 일어나는 동상이몽은 학교 선택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다. 대학 선택에 못지않게 중요한 결정인 전공과목 선택에서도 세대간의 상반된 의견차는 자주 일어나고 있다. 중동계 학생인 맥스는 악기를 여러개 연주할 수 있고, 작곡까지 시도해 보고 있는 열렬한 음악팬이다. 장차 음악을 전공하려는 맥스의 계획은 아랑곳없이 그의 부모는 이미 아들의 전공을 의학으로 정해 놓고, 의과대학 진학에 대한 정보를 수집하고 있다는 맥스의 얘기였다.
자녀의 성격이 명랑하고 개방적이어서 평소에 격의없이 부모와 얘기를 주고 받는 사이였다면, 의견의 차이가 생긴다 해도 미리 대화를 통해서 간격을 조절할 수 있는 시간적 여유가 있다.
그러나 대부분의 경우에 자녀는 부모의 반대가 두렵고, 부모는 자녀의 반항이 두려워서 털어놓고 대화를 할 시기를 미루다가 아주 기회를 놓칠 수도 있다.
작은 일에도 상의와 타협을 통해서 합의점을 찾는 것도 연습이 필요한 일종의 기술이다. 반복된 연습을 통해서 얻은 협상기술은 나중에 인생의 중대한 결정을 해야 할 때에도 세대간의 큰 충돌없이 의견의 합의점을 찾는데 큰 도움이 된다. 어느 문제와 마찬가지로 부모자녀 사이의 의견충돌 문제도 피하기보다는 마주쳐서 해결하는 것이 최선의 해결방법이다.
김순진
<밴나이스 고교 카운슬러·교육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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