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한물갔지만 케네디 가는 미국 최고의 명문이었다. 최초의 가톨릭 대통령인 존 F 케네디를 배출했을 뿐 아니라 그 동생 로버트도 암살만 당하지 않았으면 대통령이 될 가능성이 높았다. 또 그 동생 테드 케네디는 아직도 민주당의 원로로 연방 상원에서 큰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케네디 가문이 이렇게 뜨게 된 데는 여러 요인이 있겠지만 그 중에서 감자의 공을 빼놓을 수 없다. JFK의 증조할아버지는 아일랜드의 가난한 농부였다. 감자 농사를 지어 근근이 먹고살았는데 19세기 중반 감자병이 돌면서 ‘대 감자 기근’이 발생했다. 아일랜드 인의 주식이던 감자가 썩어 나가면서 800만 인구의 20%가 굶어죽고 나머지 20%는 해외로 이민을 떠났다. 케네디의 조상도 이 때 미국 땅을 밟은 것이다.
뜻하지 않은 흉작으로 많은 사람들이 목숨을 잃었지만 근대 역사를 살펴보면 감자만큼 많은 생명을 살려낸 작물도 드물다. 페루의 티티카카 호수 인근이 원생지인 감자는 18세기 유럽인들을 통해 전 세계로 퍼졌다. 기후나 토양에 관계없이 어디서나 잘 자라고 재배하기 쉬운 이 작물은 만성적인 식량난에 시달리고 있던 인류에게 구원이나 다름없었다. 18세기 이후 세계 인구가 폭발적으로 증가한 데는 감자의 공이 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쌀이나 밀에 밀려 2류 식품 취급을 받던 감자가 요즘 다시 뜨고 있다. 쌀과 밀 등 곡물가 폭등으로 식량을 구하기 힘들게 되자 감자가 주목받기 시작한 것이다. 감자는 기르는데 물이 거의 필요 없고 50일이면 숙성하는 데다 같은 면적에서 쌀이나 밀의 2~4배의 수확을 올릴 수 있다. 유엔도 이같은 감자의 포텐셜을 인정, 감자를 “숨겨진 보물”이라고 부르면 올해를 ‘국제 감자의 해’로 선포했다.
감자의 원조국인 페루에서는 감자 빵을 만들어 밀 빵보다 맛있다고 선전하며 학생과 군대 등에 보급하고 있다. 인도에서는 향후 5~10년간 감자 생산을 2배로 늘릴 계획이며 사하라 남쪽 아프리카에 감자는 여러 작물 중 가장 빨리 생산량이 늘고 있다. 중국은 세계 최대 감자 생산국이다.
감자는 밀과 달리 대규모 영농이 아니라 지역적으로 재배되기 때문에 교역량도 작다. 따라서 투기 자본의 관심밖에 있어 값도 싼 편이다. 감자의 단점은 병에 잘 걸려 운송하는 동안 20%가 폐기된다는 점이지만 농업 기술의 발달과 함께 최근에는 면역성이 강하고 수확량도 30% 높은 품종이 나왔다.
음식 전문가들은 감자는 지방 성분이 밀의 5%에 불과하고 칼로리도 빵의 1/4 수준이며 옥수수보다 단백질이 많고 칼슘 함량도 2배에 달하는 영양 식품이라고 말하고 있다.
비타민 C, 철분, 나트륨, 아연 등 인체에 꼭 필요한 성분도 풍부하다. 과연 옛날 우리 조상들을 기근에서 구해낸 감자가 높은 곡물가격에 신음하는 인류를 다시 한번 구해줄 지 두고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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